원주원예농협이 부부사원에게 명예퇴직을 요구하고 거부하자 지속적으로 사직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 

원주원예농협은 지난해 5월 말 부부사원과 장기근속자 등이 우선 대상인 명퇴신청 공고를 냈다. 직원들이 술렁이자 경영진은 전직원 월례조회에서 특정인을 대상으로 명퇴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부부사원 K(부인·30) 씨와 L(남편·34) 씨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경영진이 남편 L 씨를 따로 불러 "회사 관례와 방침이니 부부사원 중 한명은 퇴사해야 한다"고 말해 특정직원을 염두한 명퇴를 진행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L 씨는 명퇴 의사가 없다며 거절했지만 이때부터 경영진은 L 씨 부부에게 지리한 사퇴압박을 가했다.

경영진은 아내 K 씨에게도 명퇴를 종용, 당시 임신 중이던 K 씨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건강을 위협받기까지 했다.

이후 출산휴가에 들어갔지만 경영진은 남편을 불러 명퇴의사를 거듭 물었고, 이를 거절하면 아내가 복귀한 후 텔러직에서 축산코너로 배치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K 씨는 출산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축산코너로 발령이 나 3개월간 근무해야 했다. 

올해 1월엔 예금창구로 발령을 냈는데 이번엔 마땅한 직무를 주지 않았다. 은행창구는 5개인데 직원은 6명을 배치한 것. K 씨는 "저에게 업무를 맡기지 말라는 지시를 다른 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했다.

결국 남편은 아내의 퇴사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농협측은 이 사연이 보도되자 K 씨를 업무에 복귀시켰다. 그러나 상황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남편 L씨는 "아내가 퇴근 후 사색이 돼 귀가했다"며 "경영진의 압박은 없지만 측근들이 아내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예농협 "부부퇴사 관행 바로 잡았다"

원예농협 측은 여직원이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두도록 하는 게 관례였고 K 씨 부부를 특정해 사퇴를 요구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정육코너에 배치한 것은 K 씨를 배려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원예농협 관계자는 "K 씨가 손님과 대면하는 업무라 근무시간에 항상 자리를 지켜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며 "축산코너에 배치했지만 힘든 일이 아닌 판매직이었고, 예금창구 재배치도 향후 지점 개점을 대비해 임시로 배치한 것"이라고 했다.

경영진은 "언론보도 이후 K 씨의 복직이 이뤄졌지만 실상은 그 전주에 복직결정이 내려졌고 통보가 늦어졌던 것"이라며 "부부사원 퇴직 관례는 없애기로 했고 K 씨와 L 씨가 경영진과 오해가 있었지만 복직명령을 끝으로 사안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전국협동조합노조 여성인권 유린 규탄

한편 원예농협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등 노동단체들은 지난 1일 원예농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예농협 측이 부부사원의 명예퇴직을 압박했고 직원들이 이에 항거하여 노동조합을 구성했는데, 조합 측은 이마저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농협 측의 노조활동 행위 방해보다 여사원에게 행한 부당행위를 더 비난하고 나섰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 임효인 본부장은 "출산으로 인해 몸도 채 추스르지 못한 피해자를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하게 하고, 무겁고 차가운 고깃덩어리를 나르고 자르게 시켰다"며 "여직원이 임산부 일때에도,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후에도 벗어날 수 없는 강제 퇴직의 올가미를 덧씌웠다"고 주장했다. 

임 본부장은 또한 "모성보호 유린, 여성인권 유린으로 부부직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원예농협과 조합장이 피해자 직원은 물론 원주시민에게 공개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