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순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하지마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무위당학교를 만든 것은 잘했다고 해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황도근(56) 무위당학교 교장이 고 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무위당학교를 통해 많은 사람이 교육의 기회를 갖고, 또 배움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리학자였던 황 교장이 '함께 잘 사는 것'에 인생의 가치관을 두게 된 것은 결혼 후 아내 장동윤 씨의 큰아버지였던 장일순 선생을 만나면서 부터다.

지난 1989년 상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게 되면서 원주 생활을 시작한 황 교장은 '지역공동체가 잘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울과 떨어져 생활하다보니 너나할 것 없이 서울을 올려다보며 돈을 쫓아 경쟁하는 세태를 밖에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작은 것을 나누더라도 이 지역 안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자. 그러려면 정신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깨달은 황 교장은 생명사상과 협동정신의 씨를 뿌린 장일순 선생과 지학순 주교의 뜻을 이어 받는다.

이후 황 교장은 지난 2000년부터 생명운동과 관련해 지역 활동을 해오고 있다. 황 교장은 "장일순 선생님 5주기 당시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사람들이 서로 연락하기 시작했고, 7주기에 공식 모임 '무위당을 기리는 모임'을 만들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선생님의 정신을 그리워했으며, 어쩌면 세상이 선생님을 찾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금의 '무위당사람들'로 이어져오고 있으며, 전국에서 모이는 '무위당만인회'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무위당학교의 출발은 장일순 선생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는 일에 있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2012년 개설해 현재 9기 교육 '원주에서 언론을 이야기하다'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4년간 300여명이 졸업했다. 1기 주제 '원주에서 길을 묻다'를 시작으로 '원주에서 역사를 돌아보다', '더불어 사는 삶', '원주에서 대안경제와 협동조합 역사를 이야기하다' 등 다양한 강의를 열어 오고 있다.

그것은 장일순 선생의 생명·협동운동을 배우는 교육을 넘어 원주지역 인문학 강좌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원주에서 시작한 무위당학교는 대전에 이어 이 달 부산에도 개설됐으며, 서울시에서도 계획을 갖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황 교장은 "한국 최초의 신협인 성가신협 창립을 주도했던 메리가브리엘라 수녀 묘비에는 '협동은 교육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면서 "장일순 선생님 역시 끊임없이 교육하셨고, 지학순 주교께서는 나이가 들어서도 항상 교육장에 앉아 배우셨다. 그래서 지금도 무위당학교에는 나이 많으신 어른들이 항상 앉아계신다"고 설명했다.

황 교장은 무위당학교가 지역, 그리고 경제적 편차를 좁히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일'에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의미를 말했다. 또한 청년교육과 주부교육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뜻을 말했다.

원주가 생명사상과 협동정신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청년이 교육을 받아야 하고, 활동가들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황 교장은 "독일과 일본 모두 고령화가 심각하지만 독일의 경우 청년에게 투자하고, 청년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며 "우리사회 역시 '베이비붐 세대'가 다음세대를 위해 내어놓아야 하며, 무위당학교 역시 청년이 배울 수 있는 교육을 만들어 원주가 언제나 꿈을 꿀 수 있는 도시가 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주에 인문학 강좌를 포함해 공동체, 취미활동 등 다양한 색을 가진 인문학적 문화가 많이 생겨나 원주가 활발한 도시가 되길 바란다"면서 "그 가운데 무위당의 향기는 있는 듯 없는 듯, 티 나지 않게 스며들 듯이 멀리 멀리 퍼져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