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4년 창육관 완공 후 모습.

학교법인 육민관이 올해로 개교 70주년을 맞이했다. 1946년 '백성을 가르치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아 설립한 학교는 70년이란 세월동안 가르침을 이어왔다. 당시 시골 청년들의 무지함을 일깨워주고자 집안 창고에서 시작했던 수업이 어느덧 도내 대표 사학으로 손꼽히기까지 다양한 일을 겪었다. 배움에 대한 목마름, 가르침에 대한 일념으로 지역주민이 함께 손수 일궈온 육민관 의미를 개교 70주년을 맞아 되돌아봤다.

육민관의 설립

육민관 설립자인 일곡 홍범희 선생은 왜정시대에 일본유학을 마치고, 원주읍장을 맡게 된 선친을 따라 흥업면 사제리에 터를 잡았다. 고등교육을 마친 그는 무지한 마을청년들을 일깨우기 위해 집안 창고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선생을 따르는 학생들이 늘면서 1946년 현재 학교로부터 2㎞ 떨어진 사제리 개경지에 교실 4칸, 교무실 1칸짜리 초가집 형태의 최초의 교사를 짓고 본격적으로 학교운영에 들어간다.

이후 1949년 육민관중학교, 1952년에는 육민관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점점 늘어나는 학생들로 인해 1954년 현재 학교 터에 창육관을 지었다. 창육관은 농촌 젊은이들을 일깨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선생의 뜻에 따라 시내가 아닌 면소재지에 자리잡게 됐다. 

일곡 선생은 당시 낙후된 농촌이 부흥할 수 있는 길은 농업 현대화라고 생각하며 육민관을 농촌발전의 모델로 삼고자 했다. 학생들은 새롭고 과학적인 영농기법을 배웠으며, 지역주민들도 현대적 영농방법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해 지역주민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일곡 선생은 답습이 아닌 앞서 개척하는 교육이념을 실천해 왔으며, 흥업면민들은 그의 교육이념을 기리며 창육관 앞에 송덕비를 세웠다.

육민관이 최초로 시도한 3가지

육민관은 1946년 설립된 강원도 최초의 사학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국립학교도 드물던 시절,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학교는 어느덧 개교 70주년을 맞이했다. 또한 농촌에 사는 학생들의 통학을 돕기 위해 1958년 강원도 최초로 스쿨버스를 도입했다.

차가 귀하던 시절, 군용트럭을 개조해 운행했던 스쿨버스는 당시 대도시 사립학교조차 운행을 엄두내지 못했다. 같은 해 창단해 58년째 이어오는 관악부도 육민관의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도내 최초 26인으로 구성된 관악부는 현재 다양한 연주회에 참가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학교 설립에 도움을 준 사람들

일곡 선생이 육민관 사학을 운영하던 초창기 시절, 당시 좋은 취지를 접한 서울대 예과 학생들은 일곡 선생을 도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활동을 펼쳤다.

교사로 활동한 학생 중에는 '빨간 마후라','남과 북' 등 드라마, 영화, 소설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한 한국의 1세대 TV드라마 작가 한운사 선생과 기업인 구평회 씨도 있었다. 이들은 일곡 선생의 교육이념에 따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다. 

창육관은 설립 당시 학생들과 교사, 지역주민들이 손수 만든 육민관의 역사와 설립이념이 담긴 건물이다. 창육관을 직접 설계한 일곡 선생은 학생들이 비행기처럼 비상하길 바라는 뜻에서 비행기 날개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단단한 화강암을 쌓아 석조전으로 만든 이 건물은 당시 1군사령부 참모장을 지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장비 등을 지원해 학교 건립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70년을 준비하는 육민관

▲ 1958년 강원도내 학교 중 최초로 도입한 스쿨버스.

육민관고등학교는 2013년 고교평준화에 대비해 교사들의 선진학교 견학 기회를 마련하는 등 학생들의 진로진학에 많은 준비를 했다. 또한, 학생들의 내신관리를 위해 주말마다 교과별 경시대회, 토론대회 등을 열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생활기록부 내용이 풍부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의 학업능력도 향상됐으며 학교 평가도 제고되었다. 학업 외 육성종목인 골프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2006년 창단한 골프단을 통해 김효주, 김지희 등 현재 프로골퍼로 활동 중인 쟁쟁하고 기량 넘치는 선수들을 배출했다.

지난해 도내 사학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육민관학원이 '최우수' 등급을 받는 영광도 안았다. 육민관고등학교 김철희 교장은 "대학 진학을 위한 실력 쌓기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이라며 교육이념을 전했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