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국경을 넘어 세계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곳. 마음에서 마음으로 사랑을 전한다는 필통(Feel-Tong)미니스트리(이하 '필통')는 2013년부터 인도네시아와 태국, 캄보디아, 네팔의 가난한 청소년들에게 필기도구를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200여명의 지역 청소년과 주부들이 회원들인데 이들은 필통 속에 희망을 잃지 말라는 짤막한 메시지를 넣어 제3세계 아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기독교 목사 출신의 김정환(43) 대표. 4년 전 교회에서 독서모임을 열었는데 나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돼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모임에 소속된 청년 5명으로 시작했어요. 다들 흔쾌히 수락했지요. 누구에게 무엇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제3세계 아이들을 떠올리게 됐고 우리에겐 흔하지만 그들에겐 소중하게 여겨지는 필기도구를 선물하자고 한 것이 시초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구술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김 대표는 지인들에게 필통을 보내는 일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고교생 교회연합단체인 다윗의세대와 대학생 선교단체인 IVF에 동참을 부탁했던 것.

그들은 매월 음악과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를 열며 학용품을 모으기 시작했고 인도네시아, 네팔, 태국 등의 소식을 접하며 필통 보내기 운동을 확산시켰다.

처음에 학생들은 자신이 쓰던 중고용품으로 필통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더 좋은 물품으로 선물하자는 마음이 생겨 용돈을 모아 학용품을 구입했고, 그것을 지켜본 학부모들은 직접 필통을 만들어 학용품을 채워 넣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도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수제필통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거나 따뜻한 메시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제3세계 국가에서도 연필, 볼펜 같은 필기구들을 구할 수 있어요. 그런 것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예요. 하지만 그 친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관심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부모나 친구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끔찍한 뉴스의 주인공으로 보도되곤 하는데, 그 곳엔 우리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필통을 선물하면서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면 받는 아이들이 그것에 대해 행복해하고, '누군가 나를 돌봐주고 있구나' '혼자가 아니구나' 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항상 소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그에겐 나라 밖 아이들뿐만아니라 삼포세대 청년들, 골목시장의 작은 점포주들 등 각박한 세상을 사는 소시민들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원주 대학생들을 위한 연애콘서트를 개최했고 최근에는 중앙시장 2층의 젊은 창업가들, 사회적 기업가들, 지역 내 청소년들이나 어른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는 프리마켓 콘서트도 기획하고 있다. 소시민들이 자신의 꿈을 발표하고 서로 응원해 주기 위해 콘서트 형식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것.

프리마켓에서는 젊은 창업자들이나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물품도 판매할 예정인데 수익금 일부는 해외에 필통을 보내거나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된다. 

김 대표는 "인간답게 사는 것은 결국 누군가와 진실하게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제 자신을 돌아봤을 때 가족조차도 소통이 힘든 경우가 많다는 걸 자주 느끼곤 해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만이라도 소통하려면 내 자신의 틀을 내려놓고 자신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상대를 아끼는 따뜻한 마음도 필요하지요. 저는 그렇게 해서 좋은 아버지와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이, 더 나아가서는 세상과 진실되게 소통하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