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43) 원주오페라단 단장은 단호하면서도 불같은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성품 탓에 타협이나 외면을 할 줄 모르고 모든 일을 대충하는 법도 없다. 

스스로도 이런 주위의 반응을 잘 알고 있다. "'젊은 친구가 정말 열심히 한다'와 '깐깐하고 골치 아픈 친구'라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다"는 그는 "그래도 잘못된 것은 잘 못됐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어쩌면 이태리 유학을 마친 뒤 오페라 불모지 원주에서 오페라를 하겠다는 일편 무모해 보일 수 있는 결심을 끝내 밀어붙인 것도 이 같은 성격과 맞닿아 있는지 모르겠다.

원주고와 관동대 성악가를 거쳐 이태리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최 단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마스터 클래스 'Maestro Tei'를 이수하고 이태리 로마 AIDM음악원 성악과 및 지휘과를 거쳐 이태리 로마 최고연주자 과정과 오페라과를 졸업했다.

오페라 '라보엠'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 등에 주역으로 맡았으며, 4년 연속 국제 로마 젊은 성악인 초청연주회에 출연한 것을 비롯해 100회가 넘는 국내외 연주회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런 그가 고향 원주에서 오페라를 하겠다고 나섰다. 모두들 무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에게는 '생명력 있는 예술은 살아남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태리 유학시절 라 트라비아타, 라보엠 등 유명 오페라 공연 CD를 동선까지 외울 정도로 수도 없이 봤다"는 그는 "오페라를 지루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500~600년 전 만들어진 오페라가 지금까지 꾸준히 불려지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단장은 또 "원주에 오페라를 알리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오페라가 음악 장르 중 가장 훌륭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는 아니었다"며 "오페라라는 장르를 소개하면서 최소한 원주 시민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2008년 창단한 것이 원주오페라단이다. 원주오페라단은 일반인들에게 '뮤지컬보다 쉬운 오페라',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수준 높은 오페라 공연'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있다.

2009년 3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시작으로 '코지 판 루테' '라 트라비아타' '리골렛토' 등 10년간 매년 2회 이상 오페라 공연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선보이며 지역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볍고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에는 각별한 신경을 쓴다. 어렸을 때 받은 문화적 충격이나 좋았던 기억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 공연장을 찾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지역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노력"이라는 게 최 단장의 설명이다.

최근 최 단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원주오페라단을 시스템화 하는 것이다. 자신이 아닌 누가 이끌더라도 운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 결심이다.

10여년간 노력을 통해 조명과 분장, 무대디자인 등 제작진은 틀을 갖췄고, 이미 10여편의 작품까지 만들어 둔 상황이다. "제작비가 필요 없이 인건비만 가지고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는 그는 "일종의 컬쳐 쉐어 법인을 설립해 매년 2회 이상 공연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