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덕(68) 광복회 원주연합지회장은 독립운동가 고 김성근(1892~1947) 선생의 손자다. 김성근 선생은 3·1운동 때 함경도 일대에서 만세시위운동에 참여했다가 상해로 망명,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회의 함경도 대표와 강원도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여운형 선생에 이어 구국모험단(救國冒險團) 단장을 맡아 폭탄제조 기술을 익히고 무장 항일 투쟁을 결행했으며, 김원봉 선생의 밀양경찰서 폭탄투척 의열단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등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김 회장은 어릴적부터 할머니에게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의 활약상을 듣고 자랐다. 할아버지의 무용담을 들려 준 할머니 고 이선실(1899~1978) 여사 역시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애국부인회 총무로 활동한 애국지사다.

이화학당 출신으로 고향인 황해도 은율에서 야학생을 가르치다 3.1운동 때 일본 경찰에 쫓겨 중국 남경으로 망명했다. 이후 상해로 넘어가 동포 교육기관인 인성학교 교사로 활동하다 김성근 선생을 만나 결혼했다.

1925년 귀국해 문막에 터를 잡은 뒤에는 감리교회 야학당과 고등공민가정여학교에서 후학들을 지도했다. 아직 서훈을 받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문막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이선실 여사를 기억한다. 

김 회장은 자신을 비롯한 8남매가 모두 반듯하게 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할머니 덕이라고 했다. 꼿꼿한 성품을 잃지 않으셨던 할머니는 늘 김 회장을 비롯한 손자·손녀들에게 '성실하고 근면한 삶'을 강조했다. 김 회장이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술이나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983년 귀향 한 뒤 문막2리 이장, 문막의용소방대 총무부장, 문막새마을금고 상무 등을 지낼 때도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함)과 '학행일치(學行一致: 배운대로 실천)'를 신조처럼 가슴에 새겼다.

2012년 광복회 원주연합지회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군장병 안보교육을 실시하고 순국선열의 날 행사를 주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내년에는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립운동사 교육을 계획중이다. 

제97주년 3.1절을 앞둔 김 회장의 심경은 남다르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헌신했지만 아직까지 서훈을 받지 못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제 탄압을 피해 성(姓)과 이름을 바꾸고 신분을 숨긴 채 뿔뿔이 흩어져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경우도 있고, 일제와 친일파에 의해 철두철미하게 독립운동 기록이 삭제되다 보니 선대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밝힌 김 회장은 "앞으로 애국지사들의 기록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한편, 광복회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