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곡처리장(RPC) 통합이 시급한 현안과제로 급부상했다. 원주시는 6개 지역농협을 대상으로 오는 25일까지 RPC 통합에 관한 찬·반 의견을 공문으로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게 된 건 연이은 풍년으로 쌀 재고량이 늘면서 쌀 판매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RPC에서 벼를 수매한 가격보다 판매가가 낮게 책정되면서 RPC가 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이로인해 원주에 있는 3개 RPC 중 개인이 운영하는 호저농산은 올해 지역농협 조합원들의 벼를 수매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모 지역농협 관계자는 전했다.

모 지역농협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호저농산에서 우리 조합원들의 벼 수매가를 낮췄는데, 올해에도 또다시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수매가를 낮추지 않으면 벼를 수매하지 않겠다고 밝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막농협과 원주농협은 RPC에서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금융수익 등으로 메꾸면 되지만 호저농산은 고스란히 적자를 떠안게 된다. 호저농산에서 벼를 수매하지 않을 경우 RPC가 없는 남원주·신림·판부농협 조합원들은 벼를 판매할 곳이 없어진다.

소초농협은 양곡 보관시설(DSC)이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남원주농협 등 3개 지역농협은 막막해지는 셈이다. 

이들 3개 지역농협은 공동 활용할 RPC 건립을 검토했으나 정부에서는 전체 지역농협이 참여하지 않으면 RPC 건립비용을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혀 이마저도 무산됐다. 최근 원창묵 시장과 지역농협 조합장들간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이슈로 제기됐고, 원주시는 6개 지역농협에 RPC 통합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문제는 RPC 통합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6개 지역농협에서 조합원 수나 경지면적 등을 토대로 현금이나 현물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하고 통합 RPC를 운영해야 하는데, 출자비율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문막농협의 경우 지역농협 중 미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RPC 통합을 받아들일지 미지수이다. 

이와관련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문막농협을 제외한 5개 지역농협을 대상으로 RPC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당장 올 가을 수매에 대비해 호저농산이 보유한 양곡 보관시설을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