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이재원(45) 총감독은 최근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소위 가장 '핫(hot)'한 인물 중 한명이다.

2011년 원주에서 열린 전국연극제에 구원 투수로 등판해 성공대회를 견인한 데 이어 많은 이들의 우려 속에 시작된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전 원주 다이내믹 페스티벌)을 불과 5년만에 대한민국 유망축제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재)원주문화재단이 지금의 기틀을 다지기까지도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던 그의 역할이 있었다.

지금은 전국이 주목하는 기획자로 평가 받지만 연극 배우로 시작해 이 자리에 서기까지 그의 인생도 부침이 많았다. 연기자에게는 치명적인 무대공포증에 시달렸었고, 코믹연극 '라이어'를 기획, 전국적인 흥행돌풍을 일으켰지만 극단 내부 갈등과 세무조사 등으로 고충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같은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연극인으로서 무대를 지켜야한다는 책임감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초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고민하던 고3 시절. KBS 공개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연극 두 편이 지금의 삶을 결정하게 된 전환점이다.

이 감독은 "그 나이에 누구나 하게되는 고민에 빠져있을 때 연극이라면 내 인생을 충분히 대변하고 나 자신을 세상에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했다. 고교 졸업과 함께 극단 산야를 시작으로 극단 로뎀, 극단 서진시어터 등을 거치며 배우 '이재원'의 이름을 알렸다.

이 감독은 "인복이 많아 훌륭한 분들을 만나 지도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며 "연기자로서 운이 참 좋았다"고 말한다. 한국의 어머니로 불리는 김혜자 씨를 비롯해 연기력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고두심, 김갑수, 김진태, 이경영, 윤복인, 송영재 씨 등 당대 무대를 주름잡은 선배 연기자들이 같은 무대에 섰던 이들이다. 극단에서 하루 12시간씩 강도높은 트레이닝도 도움이 됐지만 선배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에 점차 눈을 뜨게 됐다는 설명이다. 

중앙일간지가 2개 지면을 할애해 전면 보도할 만큼 차세대 연기자로 지목받던 그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것은 갑자기 찾아온 무대공포증 탓도 있지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문화예술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전문 기획자로의 변신. 연기와 기획을 병행하다 연극 '라이어'를 계기로 기획에만 매달렸다. 연극에 최초로 바이럴마케팅을 도입한 라이어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매출이 10배로 뛰었고, 유명 배우 한 명 없이 콘텐츠의 질만으로도 전국순회공연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첫 사례가 됐다.

라이어의 명성에 못지 않은 시련도 있었다. 극단 내부의 불화와 극단 대표와의 갈등, 이어진 세무조사 등이 그 것.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귀향을 선택했다. 

그렇게 돌아온 원주에는 새로운 역할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연극협회 최연소 이사로 재직 당시 원주 유치에 일조한 전국연극제가 이 감독의 능력을 필요로 했다. 주변의 권유와 부탁으로 행사 전반을 총괄하는 사무국장직을 맡게된 그는 전국연극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재)원주문화재단 사무국장을 맡아 재단의 기반을 다지고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을 진두지휘하며, 거리축제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

자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을 꼽은 이 감독은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의 성공 원인을 시민들의 참여에서 찾는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즐기면서 만들어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한 그는 "그 지역 주민들이 숨 쉬고 살아가면서 정착되어가는 축제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고, 그런 측면에서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은 축제를 즐기는 원주시민들이 만들어 낸, 또 만들어 가는 축제"라고 했다. 

"댄싱카니발을 10년 내에 세계적인 축제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이 감독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원주가 아니라 원주가 있는 대한민국이라고 불려질 만큼 전세계 관광객들이 축제를 즐기고 관람하기 위해 원주를 찾아오도록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