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수영, 농구, 컴퓨터까지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재능을 보이며, 바리스타를 꿈 꾸는 스물한 살 청년. 욕심 많은 젊은이의 얘기 같지만 열정과 끈기, 그리고 남과는 조금 다른 장애를 가진 청년 김현규(20) 군의 이야기다.

올해 원주청원학교 전공과 2학년으로 진학하는 김 군은 소문난 재주꾼이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곳곳에서 김 군의 활동을 보고 들은 이들이 많아 이제 김 군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자폐성 장애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한걸음씩 세상으로 걸음마를 떼는 그의 모습은 감동을 전해준다.

생후 11개월에 망막모세포종이라는 소아암 진단을 받은 김 군은 수술과 1년간의 항암치료를 이겨내야 했다. 다행히 오른쪽 눈의 시력은 찾을 수 있었지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생후 30개월에 자폐성장애 진단을 받는다.

그때부터 김 군과 그의 부모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을 받기위해 치료실을 찾았고, 감각과 활동력을 기르기 위해 틈만 나면 산과 들, 강으로 다녔다.

김 군이 좋아하는 축구, 수영, 피아노 등 다양한 취미도 어려서부터 교육차원에서 접하게 됐던 것들이다. 그렇게 많은 치료와 노력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일반학교 특수반에서 지냈지만 그 역시 김 군과 김 군의 부모에게는 매순간 힘겨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김 군은 한 가지 일에 흥미를 보이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17살에 원주청원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이상행동 등이 크게 나아졌다. 김 군의 어머니 김명희(50) 씨는 그 계기를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김 군이 자신감을 얻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재미삼아 하던 컴퓨터를 교육 받으면서 교내·외 각종 대회에서 수상했고, 지난 2012년 강원도지사 주최 장애극복 가족 대상을 수상한 계기로 1년 뒤인 2013년 강원도 대표로 엄마와 함께 11일간 캐나다 여행을 다녀왔다. 

그 후 점차 김 군은 자신감을 갖게 되고, 굽어져 있던 어깨도 보기 좋게 펴졌다. 어머니 김 씨는 "아이가 대회에 참가하고 상도 받으면서 자신감을 키웠고, 학교 선생님들이 없는 상도 만들어 주며 책임감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이후 김 군은 '바리스타'라는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다. 학교 교육과 교내 카페 훈련을 거쳐 원주교육문화관 '카페모두'에서 6개월간 훈련하며 일했다. 바리스타를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성이 발달했고, 재미도 느끼게 됐다. 지금도 훈련을 지속하는 김 군은 "바리스타로 일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수영, 농구, 피아노 등에 두각을 보이며 각종 대회에서 수상했고, 지난 2014 대한민국 인재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을 선도할 우수 인재를 발굴하는 취지인 대한민국 인재상에는 그해 전국 고등학생 및 대학생 100명이 선정됐고, 그 중 장애인은 김 군을 포함해 3명이었다.

남들은 대단한 상을 받았다고 놀라고 부러워했지만 사실 김 군과 김 군 부모에게는 그다지 큰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앞날이 창창한 97명의 아이들과 달리 김 군을 포함한 장애인 수상자 3명에게는 자립의 길이 멀기만 하다는 현실에 가슴을 쓸어야 했던 기억이다. 

김 씨는 "우리나라에서 그야말로 가장 명석하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아이들이 뽑히는 상이라 다른 수상자들은 하나같이 자신감 넘치고, 밝고, 늠름했다"며 "현규도 그 분위기를 느끼고 주눅이 들어 잔뜩 굳어있는 것을 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규는 잘 걷고 뛰지만 신체장애로 몸을 혼자 가눌 수 없는 또 한 명의 장애인 수상자 아이를 보며 눈물을 참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군은 지난해 중앙시장 2층 카페브러리 '청춘'에서 첫 번째 피아노 연주 공연을 한데 이어 오는 31일 오후2시 행구동 꿈터사회적협동조합 카페 '꿈'에서 어머니 김 씨와 두 번째 연주 공연을 연다. 김 군의 피아노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엮은 토크콘서트를 만나볼 수 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