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농부에게 휴식의 계절이자 재충전 시기이다. 추수가 끝나면 추어탕에 탁주로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화롯가에 모여앉아 고됐던 농번기를 되새기며 내년 농사를 기약한다. 그렇게 겨울은 농부들에게 쉼을 주면서 양분을 줬다. 

찬바람이 뺨을 빨갛게 물들이는 계절이지만, 호저면 정성윤(63) 씨의 손놀림은 그 어느 때 보다 바쁘다. 호저면 용곡리에서 1만여㎡ 규모의 다래농원을 운영하는 정 씨는 다래 가지 하나하나를 살펴가며 전지작업에 한창이다. 지금 흘리는 땀방울이 오는 8월 말 달콤한 결실로 다가오는 것을 알기에 손놀림이 바쁘다.

정 씨는 원주치악산다래 영농조합법인 대표이자 원주시품목농업인연구회 다래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다래농장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다래팜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깨끗한 자연에서 때묻지 않은 다래를 재배하며 여생을 즐기는 것이 재미라고 생각하기 때문. 정 씨는 대기업 금융권 지점장을 내려놓고 1991년부터 농사에 매달리고 있다. 

정 씨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잘나가는 보험회사 지점장으로 일했어요. 하지만 고향에서 아버님을 모시고 살고싶다는 생각에 1988년 자청해서 원주지점장으로 내려왔지요. 돈은 많이 벌어도 남기는 것은 없겠다고 생각해 귀농을 결심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낫질 한 번 해본 적 없던 그였기에 농사는 그야말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머루, 포도, 딸기를 재배했는데 매일 쑥쑥 자라는 풀 때문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 했다고. 땀 흘리며 하루를 마감하는 삶을 동경했지만 몸은 쑤시고 근육은 말을 듣지 않아 포기할 생각도 많이 했다.

농사를 접을 지 고민할 때 쯤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신소득 작물로 다래 보급을 시작했고, 정 씨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다래 재배에 뛰어들었다.  

그는 "머루, 포도에 관심이 많았는데 농사일이 초보라 쉽게 도전할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다래는 품은 적게 들이면서 친환경 작물이라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뛰어들었어요. 처음에는 엉망이었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손에 익어 치악산다래를 구김없이 설명할 정도의 수준은 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용곡리 10만여㎡의 임야를 구입한 뒤 밭을 일일이 일구며 농사를 시작했다. 호저면 농원과 흥업면 농업기술센터를 오가며 재배 기술을 익혔고, 하나하나 적용하며 빛나는 결실을 꿈꿨다. 고라니들이 다래싹을 뜯어먹어 2년동안 농사를 접는 아픔도 겪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속한 덕분에 지금은 전국에서 정 씨의 다래를 찾고 있다. 

정 씨는 "재작년 농원에서 팜파티(농장 파티)를 했는데 수도권에서 온 손님들에게 원주 치악산다래의 우수성을 설명해 줬어요. 치악산 다래는 조선시대 임금님께 진상될 정도로 과즙이 달고 식감이 우수합니다.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소득작물로 개발해 히트 친 토종 다래도 사실은 원산지가 원주이기에 치악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정 씨는 원주치악산토종다래 영농조합법인을 조직, 지리적표시단체표장을 추진하고 있다. 원주 다래의 우수성을 알리고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작업이다. 올해 중 원주치악산토종다래 상표가 특허청에 등록될 예정인데 제주감귤, 나주 배처럼 원주를 대표하는 과수가 생기는 것이다.

그는 "전국 다래 재배면적의 25%, 수확량의 33%를 원주가 차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규모를 더 늘리고 싶은 것이 제 꿈입니다. 농식품부 사업을 따서 원주치악산토종다래가 지금보다 더 높은 명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