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 둘. 직업은 역도선수. 원주시청 역도부를 이끌고 있는 맏언니이자 국내 여자 현역선수 중 최고참인 임지혜(30) 선수의 이력이다.

어느새 노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지만 지난해 4월 실업선수권에서 인상과 합계 금메달, 용상 은메달을 목에 걸고, 10월 전국체전에서는 은메달 3개를 획득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2005년부터 12년째 원주시청을 지키고 있는 그녀는 10년 이상 어린 후배들 사이에 '원주시청 조상님'으로 통한다. 2년간 전국대회 성적이 없을 경우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운 실업팀에서 10년 이상 한 팀에서 활약한다는 것은 그만큼 꾸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가 그동안 원주시청 유니폼을 입고 획득한 전국체전 메달만 금메달 4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 등 20여개에 이른다. 스스로도 자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열심히,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점'을 꼽을 만큼 피눈물 나는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경북 영주와 경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녀가 역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경북체고에 입학한 2001년. 남들보다 한참 늦게 시작한 역도였지만 고교 3학년 때 전국선수권 1위, 전국체전 2위를 차지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자칫 바벨을 영영 놓을 수 있었던 위기도 있었다. 대학진학과 실업팀 입단을 놓고 고민하다 시기를 놓쳐 1년간 무적선수가 됐기 때문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방황하던 그녀에게 기회를 준 곳이 원주시청.

그녀의 성실함을 눈여겨 본 이정희 전 원주여고 코치의 추천으로 둥지를 튼 원주는 역도선수 임지혜에게 구원의 땅이자 기회의 땅이 됐다. 특히 박미정 현 원주시청 감독과 찰떡호흡을 자랑하며 꾸준히 기량을 향상시켰다. 

'대기만성형'이라는 주위의 평가에 걸맞게 20대 중반 이후 임지혜의 활약은 눈부셨다. 2009년 전국체전 2관왕과 아시아역도선수권 3위를 차지하고 2010년 전국선수권에서 3관왕에 오르며 체급 국내 최강자로 군림한 것.

장미란, 윤진희 등 쟁쟁한 선후배들에게 가려있었지만 2009년부터 4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 출전하며 한국 역도를 대표했다.

남들은 슬슬 선수생활을 정리할 나이지만 그녀는 새해들어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체급을 기존 75㎏급에서 69㎏급으로 낮춰 제2의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역도를 시작할 때부터 유지해 온 체급을 서른을 넘긴 나이에 바꾼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열심히 하다보면 분명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5년 넘게 역도를 하면서 힘들지 않았던 적이 하루도 없었다"고 토로한 그녀는 "그러나 역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임지혜가 없고, 때문에 단 한번도 역도를 시작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면서 "최고의 순간에 늘 함께 했던 감독님을 믿고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