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를 그리는 남편 신동복(67) 전 원주고 교장과 서양화를 그리는 아내 이영란(63) 송계아트스튜디오 대표. 닮은 듯 다른 구석이 많은 부부는 원주에서 몇 되지 않는 부부화가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지만 지금은 평생의 업으로 삼고 하루하루 열정을 쏟아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개인전과 회원전, 초대전 등 국내외 전시회를 통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 부부는 한국화와 서양화로 장르는 서로 다르지만 때로는 냉철한 비평가로 때로는 누구보다 힘이 되는 후원자이자 동행자로 같은 곳을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이제는 세월을 함께 해오면서 작품을 대하는 마음부터 미소까지 닮은꼴이 됐다. 

원주고 교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교단에서 수학을 가르친 신 전 교장이 붓을 잡은 것은 원주여고에 재직 중이던 지난 1995년이다. "수학Ⅱ를 가르치면서 매년 고3 담임을 도맡았다"는 신 전 교장은 "입시철이 지난 뒤 한가한 시간에 소일거리를 찾다가 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 그림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찾은 곳이 서관화실. 서관 김석배 선생의 지도로 묵향의 즐거움을 알게됐고 2011년 원주고 교장을 끝으로 정든 교단을 떠날 때는 기념 전시회를 열 정도로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퇴직 후 늘어난 시간 만큼 붓을 잡는 열정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서관화실 동문들로 구성된 동악수묵회와 원주일요화가회, 충주 중원미술가협회 등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전개했다. 지난해에만 한반도미술대전과 강원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정선풍경 전국 미술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남편에게 그림 그리기를 권한 아내 이 대표의 입문은 신 전 교장보다 한 해 늦은 1996년이다. 처음에는 동네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전문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경희대에서 미술교육을, 홍익대 미술교육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였지만 지점토, 등공예 등 다양한 경험이 작품활동에 큰 밑거름이 됐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작품활동에 매진하는 한편, 경희대 동문들로 구성된 경미회와 원주크로키회 회장, (사)치악예술인연합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송계아트스튜디오에서 농촌 주부들을 지도하면서 매년 전시회를 열고 이동미술관을 제작해 운영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 부부는 평소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화풍에 스며들어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작품은 다른 장르지만 함께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비슷한 향기를 풍긴다.

부부가 같은 미술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에 대해 신 전 교장은 "작품을 구상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완성 후에는 믿을 수 있는 비평가로서 평가를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같이 그림을 그린다는 동류의식 때문인지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 늘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그림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사소한 것 하나도 챙겨주기에 큰 힘이 된다"는 게 이들 부부의 자랑이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불러주는 곳이 많아 최근 몇 년간 그 누구보다 숨가쁘게 달려온 부부는 올해도 해외전시와 작품활동으로 바쁜 시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독일 함부르크와 러시아 초대전을 준비 중이며, 신 전 교장은 작품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그동안 벌려 온 모임들을 일부분 정리할 생각이다. 바쁜 중에도 이들 부부는 따로 또 같은 미래를 꿈꾼다.

"송계아트스튜디오를 인연으로 황둔에서 지역 주부들을 대상으로 운영한 도예반이 10년이 됐다"고 밝힌 이 대표는 "지역사회와 융화되고 예술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