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활용품 수거차량이 다녀간 단계동. 수거하지 않은 물품이 방치돼 있다.

자원절약과 재활용 촉진을 위해 원주시는 각 가정에서 종이류, 캔류, 병류, 고철류, 플라스틱류, 필름류 등을 선별해 배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원주환경운동연합은 수집운반차량이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한데 섞어 운송한다고 제보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차가 쓰레기를 압축해 싣는 것처럼 재활용품도 압축한다는 것이다. 

형상을 유지해야 할 빈병이나 플라스틱은 깨지거나 마모되면 가치가 떨어지고 심지어는 못쓰게 된다. 또한 재활용품은 표면이 깨끗해야 재활용이 용이하지만 압축하면 협작물이 묻어 재활용이 어렵다. 제보가 사실이라면 각 가정의 분리수거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혼입된 재활용품은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일이 다시 선별하고 있다. 수거차량이 재활용품을 품목별로 수거해 운송하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단계동 일대와 원주시 재활용 선별장, 원주시 생활자원과와 환경사업소 등을 원주환경운동연합과 동행취재 했다.

▲ 재활용품 수거차량이 권역을 돌며 수거한 재활용 쓰레기를 선별장에 배출하고 있다. 모든 재활용품을 압축 수거하기 때문에 다시 선별해야 한다.

재활용품 수집 엉터리

원주시는 민간업체와 재활용수집운반 용역을 체결하고, 원주를 4권역으로 나눠 1개 업체씩 재활용품을 수거하도록 하고 있다. 업체마다 차량 4대가 월·수·금요일 오전3~4시부터 관할구역을 돌며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원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와 함께 지난 2일 오전8시30분부터 무상마을, 원주세무서와 장미공원 인근, 오클러스와 한국SGI 원주문화회관 인근을 돌며 취재했다.

현장확인 결과 가장 큰 문제는 재활용품을 제대로 수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주시는 가정에서 재활용품을 내놓을 때 분리배출이 편리하도록 그물망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일 확인 결과 수거차량들은 그물망에 담긴 물품만 수거하고 나머지 재활용품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평원초교 인근 공원엔 음료수 캔, 플라스틱 물병,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 병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장미공원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철제 식용유 통은 물론 양주병, 음료수 캔들이 며칠째 방치돼 있었고 오클러스 인근에도 시민들이 종이박스를 쌓아놓았지만 수거해가지 않았다. 매일 단계동을 돌며 쓰레기 폐기물이나 재활용수거 상황을 점검한다는 원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수거기사들은 재활용품 배출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그물망 밖에 있는 것은 가져가지 않는다"며 "수거기사에게 쓴소리를 해야만 나머지 재활용품을 수거한다"고 지적했다. 

수거과정에서 인근 쓰레기들을 헤집고 다니는 것도 문제다. 단계동 평원초교 인근 원룸촌 골목은 재활용품 배출장소인지 쓰레기소각장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산재해 있었다.

가정에서 재활용품을 배출할 때 검은색 비닐이나 자루에 넣어 배출하는 경우도 많은데 수거차량들이 이를 확인하며 주변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원주세무서 옆 한국SGI 원주문화회관과 오클러스 인근에서도 이런 모습이 재현됐다.

읍·면지역과 달리 도심지역은 해당 수거일에 재활용품을 전량 수거해야 하지만 1주일에 한번씩 수거하는 경우도 있었다. 단계동 무상마을은 업체와 주민들이 1주일에 한번 재활용품을 수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2일 방문했을 때 2주일 전 배출된 재활용품이 그대로 있었다. 원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시골은 지역이 넓어 이해할 수 있지만 이곳은 도심과 가까움에도 수거활동이 뜸하고 그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주민들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용품을 가리지 말고 제대로 수거하라고 주문하면 수집운반 차량들이 선별장에서 받지 않아 수거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재활용 수거나 선별장 모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활용품 수거업체 관계자는 "당시 차량이 고장나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하루에 단계동뿐만아니라 시골까지 들어가 일을 해야하는데 한정된 시간과 현재 인력 규모로는 무리"라고 하소연 했다.

선별처리능력 한계 봉착

가정에서 배출된 재활용품은 재활용품 수집차량이 수거해 흥업면 재활용품 선별장에 하차한다. 하루 37~38톤에 달하는데 압축차량을 이용하다 보니 하차된 재활용품은 쓰레기에 가깝다.

스티로폼은 원상태를 유지해야 하지만 다 깨지고 오염물이 묻어있다. 빈병은 성한 것이 드물어 선별장 내 지게차나 운반차량의 타이어를 망가뜨리는 주범이 된다. 때로는 선별장 작업자들을 다치게 하기도 한다. 가정에서는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배출하지만 압축차량을 이용해 한꺼번에 선별장에 쏟아 가치가 떨어지고 선별장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재활용선별장 운영업체 대표는 "재활용품들이 압축된 상태로 섞여 들어오니 방법이 없다"며 "일일이 선별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고 대다수는 매립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원주시환경사업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반입된 재활용품은 8천247톤이었다. 이중 3천739톤(45%)만 판매됐고, 2천578톤(31%)은 매립됐으며, 나머지 22%는 재활용품 선별과정 중 중량이 손실되거나 SRF로 연료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별장 관계자는 "재활용품을 콘베이어 벨트에 올려 플라스틱, 빈병 등으로 분류한다"며 "하루 처리용량이 35톤인데 38톤이 들어오니 컨베이어 벨트 속도가 최대치이고, 작업자들이 빈병 등에 다칠 것을 우려해 능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원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지금도 문제지만 인구가 더 늘어나면 선별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며 "수집운반, 선별처리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주시, 문제점 인식하지만…

원주시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재활용품이 압축돼 수거되고 이로 인해 선별율이 낮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폐필름류 만이라도 별도로 수거해 활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재활용품 전체 항목에 대한 품목별 수거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품목별 수거 방식을 도입하면 비용이 증가하는데 예산 사정상 힘들다"며 "향후 폐필름류 분리수거 방안에 대한 처리비용을 계산할 때 전체 품목별 수거방식도 고려하겠지만 별도 차량을 구입해야 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비용도 고려해야 하지만 원주시와 수거업체, 재활용선별장 운영업체, 환경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 재활용품 수거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