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자회견 모습.

문막읍 SRF(고형폐기물연료) 열병합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 지난 15일 열병합발전소 연료로 SRF가 아닌 친환경청정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며 의사일정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사실상 예산처리를 볼모로 열병합발전소 문제에 대한 원 시장의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18일 추가경정예산(안)은 원안 의결했지만 이번 정례회에 제출된 40여건이 넘는 의안과 내년 본예산(안)은 처리되지 않아 파행이 불가피하다.

"말바꾸기 그만"…LNG 등 친환경에너지 사용 요구

▲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등원 거부로 텅 빈 본회의장.

새누리당 시의원 12명은 지난 1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시장은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SRF열병합발전소를 건립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는데 오늘 시정질문 과정에서 자신의 발언이 담긴 음성 녹음파일과 친환경 청정에너지 관련 자필 메모를 전면 부정했다"며 "이는 의회와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시장의 현명한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표로 회견문을 낭독한 권영익 시의원은 "회견문에 명시한 시장의 '현명한 판단'은 열병합발전소의 에너지원으로 폐목재나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압축한 고형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LNG 등 일반 시민들이 판단할 때 친환경청정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현재 생산되는 고형연료 중에는 폐목재나 폐플라스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없는데도 원 시장은 계속 말을 바꿔가며 의회를 우롱하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목재·폐플라스틱 사용 안해"…정치적 논쟁 중단 희망

▲ 원창묵 시장의 친필 메모.

이에대해 원주시는 즉각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의도적으로 발췌한 음성파일과 2년이나 지난 메모를 시장이 수긍하지 않는다고 의사일정을 중단한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히고 "시정질문에서 제시된 음성 녹음 파일은, 반계리 주민들을 상대로 건립 위치를 설명한 내용인데 앞부분을 삭제해 열병합발전소를 건립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모에 대해서도 "2013년 새누리당 의원들과 사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의장실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환경선진국 수준을 충족치 못할 경우 친환경 청정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내용으로 이는 폐목재, 폐플라스틱을 연로로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인데 그렇게 하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또한 원주시는 "시의회 본회의에서 약속한대로, 폐목재, 폐플라스틱을 제외한 친환경 에너지를 연료로 사용할 것을 천명한다"며 "더 이상 정치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시정질문에서 무슨 일이?…조창휘 의원 원 시장 설전

한편 이날 오전 시정질문에서 조창휘 시의원은 과거 반대대책위 주민들과 면담과정에서 "주민들이 원하지 않을 경우 열병합발전소를 건립하지 않겠다"는 원 시장의 발언이 담긴 음성 파일과 지난 2013년 화훼특화단지 출자동의안 의결당시 '환경선진국 수준 기준치 이하로 배출할 것이며 이를 충족치 못할 경우 친환경 청정에너지로 대체할 것'이라는 원 시장의 친필 메모를 제시하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원 시장은 "음성파일은 전 후 상황을 빼고 특정 발언만을 편집한 내용으로 내 발언 의도와는 다르다"고 해명했으며, 메모에 대해서는 "당시 의원들이 이야기를 받아적은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 과정에서 조 의원과 원 시장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설전이 이어졌다.

삼일간 이어진 식물 의회…이상현 시의장 중재 노력도 무산

17일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불참으로 3회 추경 심의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마저 무산되자 이상현 시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이 의장 설득으로 원 시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의원들간의 간담회가 예정되면서 돌파구가 마련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간담회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이날 오전 원 시장의 기자회견이 문제가 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시장은 생각을 전혀 바꾸지 않으면서 의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간담회 참석을 거부했다. A의원은 "간담회 하자고 하면서 원 시장이 기자회견을 강행해 의원들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고 전했다. 

다양한 분석…물밑 신경전 계속

사상초유의 사태에 의회와 원주시 모두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의회 주변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오갔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예산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해 적당한 시기에 합의점을 찾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특별한 돌파구가 없는 이상 대치 상황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기획설까지 제기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3회 추경은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김학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장 시급한 3회 추경은 임시회를 열어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다"면서 "21일 열병합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세종시를 방문한 후 돌아와 의원들과 의견을 모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측에서 볼멘 소리가 튀어 나왔다.한마디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중단해놓고 임시회를 소집해 처리하겠다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라는 주장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임시회 소집요구를 무조건 거부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하자는대로 끌려가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곽희운 새정치민주연합 원내 대표는 "이번 정례회 기간 내에 추경이라도 의결하겠다면 응하겠지만 회기를 넘기게 되면 추경과 내년 본예산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일방적으로 사태를 이렇게까지 끌고 왔으면 우리에게도 임시회에 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은 주어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현 의장도 "양 당 협의없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임시회 소집을 요구할 경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새누리당이 회기를 넘겨 임시회에서 추경예산안만 처리하겠다는 주장을 고수할 경우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우여곡절 끝 추경 의결

상황이 반전된 것은 18일 오후. 새누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원 시장 기자회견에 유감을 표시하고 재차 결단을 촉구한뒤 새정치민주연합과 협의해 추경예산(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오후4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원주시가 편성해 제출한 추경예산안을 40여분만에 원안 의결했고, 이어 속개된 본회의에서도 예결위가 심의한대로 원안 의결되면서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하지만 추경예산안 의결 후 곧바로 정회를 요청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본회의장을 떠나면서 40여건이 넘는 심의 의안과 2016년도 본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등은 여전히 시의회에 묶여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원 시장이 문막 SRF 열병합발전소 연료를 LNG, 지열, 태양열 등 친환경에너지로 변경해 추진할 때까지 의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끝까지 반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선 처리 시기가 불투명하다.

원주시 관계자는 "추경예산안이 오늘까지 통과되지 못했다면 당장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5천300가구의 생계급여비를 지출할 수 없는 등 자칫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면서 "일단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내년 본예산안과 기금운영계획안 역시 의결이 늦어질 경우 시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이 초래되기에 하루라도 빨리 처리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