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배출한 극작가이자 비평가였던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에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글귀를 새겨 넣었다.

유머와 풍자로 사회를 비판해 세상에 이름을 떨쳤지만 미련이 남는 것이 있어 후회가 남는다고 묘비명에 밝힌 것. 버나드 쇼는 후세들에게 소원한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에 재학 중인 하진석(의공학부 4학년·25) 씨를 보면 버나드 쇼의 조언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 대부분은 소원한 것이 있어도 도전하거나 성취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 씨는 총학생회장, 의료기기 개발, 다문화가정 지원카페 창업, 대학교 대표 조정선수 등을 두루 경험하며 자신의 꿈을 펼쳤다. 

손만 되고 결과가 흐지부지 된 것도 아니다. 의료기기를 개발해 전국 규모의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할 때는 소통활동을 강화해 학생회 활동을 활성화 시켰다.

지난 여름 열린 전국대학조정대회에서는 대상의 영예를 안는 기쁨을 맛봤다. 이쯤 되면 공부는 뒷전이고, 연애는 포기했겠지 생각할 수 있지만 학점은 A학점에 가깝고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짬짬이 여자친구와 낭만도 쌓아갔다. 

하 씨는 "시간을 줄여가며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는데, 무언가를 성취하고 나면 마음속에 휑한 느낌이 들어 다른 것에 도전하고 다시 도전하고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라며 "당시에는 매우 힘들었는데 젊으니까 금방 회복이 되었던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대학생활을 알차게 보내는 것은 창업동아리 활동이 계기가 됐다. 공대생인 그는 2학년 때 동기의 권유로 창업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는데, 디자인학과, 경영학과 학우들과 함께하면서 협력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하 씨는 "공대생인 제가 의료기기 제품안에 대해서 설명하면 친구들은 대부분 못 알아들었어요.

그걸 디자이너에게 말하니까 시각디자인이 만들어지고 기술력을 더해 의료기기 개념이 생겼고, 경영학과 친구들이 상품성을 가미해 제품을 만들 수 있었지요. 너무나 매력적이었어요.

창업동아리 경험이 사람을 좋아하는 제 성격과 맞물리면서 학생회 활동도 하게 되고 체육선수로도 활동하게 돼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아요. 늘 감사하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고 어려움이 없을 것만 같지만 그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아버지가 법학대학 시간강사로 활동했는데 사회운동을 하다가 직장을 잃게 됐다. 때문에 아버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군에 입대할 때까지 용돈 한번 제대로 준 적이 없어 마음 아파했고, 하 씨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아버지가 시간강사로 활동하다 사회운동을 하니까 학교에서 과목배정을 하나 밖에 안 해주셨어요. 경제적으로 힘든 것도 있었지만 다 큰 제가 아무 도움이 못 되어드려 많이 힘들었죠"라고 말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하 씨는 아무리 어려운일도 부친과 하는 경험들이 즐겁고 소중하다고 한다. 재작년 하 씨와 부친은 전라도 나주에서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한 카페를 창업했다.

원주에서 차로 6시간 거리를 매주 3~4차례 오갔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하 씨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다문화가정 가장들을 고용하고 그의 부친은 그들에게 법률 상담을 해주며 자립을 지원해 주었다.

나주 카페운영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하 씨 얼굴엔 미소가 번졌는데 아마도 봉사활동에 대한 소회도 있었겠지만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이 즐거워 보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 씨는 "제 인생의 최종적인 꿈은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하고싶은 것도, 성취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저와 제 가족이 제 인생의 중간에서 사라지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요. 늘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