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향교 앞에서 '한식이야기'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원순자(61) 씨는 남다른 선행을 펼치고 있는 봉사자이다.

행사장이나 축제,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노란색 조끼를 입고 간식을 나눠주고 소외계층 노인들의 생일상을 차려주는 봉사활동을 펼치는 '나눔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이다.

또한 백상라이온스 회장으로서 조부모 가정의 아동·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왔으며, 임윤지당 얼 선양회와 함께 2011년부터 연말마다 떡을 판매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마련했다. 또 개운동 주민자치위원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원 씨는 식당일이 바쁘지만 틈틈이 시간을 쪼개가며 묵묵히 봉사를 해왔다. 언제나 봉사에 앞장서려는 의지를 보여줬고,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주변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봉사활동이 일상이 된 그녀에겐 꺼내놓지 못한 사연이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자식이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하지 못하는 것. 가슴으로 품은 딸들을 돌봐온 사연이다.

원 씨는 지난 1993년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친부모로부터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위탁자녀 4명을 보살폈다. 이 중 3명은 친부모 품으로 돌아갔으며, 생후 110일 때 끌어안은 위탁자녀 1명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현재까지 17년간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있다. 

가정위탁이란 일반인에게 쉽지 않은 결정일 수도 있지만 원 씨는 위탁 자녀를 따뜻하게 품었다. 위탁자녀라는 편견 어린 시선을 벗어던지면 자녀가 늘어남으로써 가족에 더 많은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원 씨는 1남1녀의 친자식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지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다행히 남편 이광희(64) 씨 및 아들과 딸이 모두 취지에 동감해 위탁자녀들을 가족으로 맞을 수 있었다.

1993년 남부시장에서 칼국수 장사를 하던 시절 생후 100일된 여자 아이를 가족으로 보듬어 5~6년간 보살피다 친부모의 사정이 좋아지자 집으로 돌려보냈으며, 초등학생이었던 자매도 인연을 맺게 됐는데 이 역시 5년여간 가족으로 지내다가 제자리를 찾게 했다.

네 딸 중 첫째는 친가에서 번듯하게 성장해 출가 후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며, 둘째·셋째딸은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원 씨는 막내딸을 걱정하고 있다. 아직까지 자신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고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고3이 되는 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혹시 상처를 받아 학교생활에 지장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더욱이 딸의 친부모와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입양을 통해 친자로 등록할 계획이지만 딸이 사실을 알아야만 가능한 만큼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내년 수능시험이 끝난 후에 말하면 좋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주저하고 있다.

원 씨는 "주민등록등본에 막내딸이 동거인으로 되어있는 것만 봐도 눈물이 나는데,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딸이 받을 아픔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며 "하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과정인 만큼 기회가 생기면 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 모든 위탁부모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지역주민들이 위탁자녀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