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대학교 곽승현(62) 교수는 강단에서 컴퓨터응용설계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컴퓨터를 통해 기계시스템을 분석·설계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한 치 오차도 허용해서는 안되는 작업인 만큼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매는 날카롭다. 강의실에서는 그렇게 철두철미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을 녹이는 부드러움이 있다.

아코디언을 가지고 학생들 동아리 모임 때 '고향생각' '그 집 앞' 등을 연주하면 깐깐한 공대 교수가 아니라 어렸을 때 풍금을 연주하던 초등학교 선생님의 따뜻함이 배어나온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아코디언을 접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악기를 다뤄보라고 아코디언을 쥐어줬고, 뭣도 모르고 만지작거렸던 것이 푹 빠지게 됐다. "부모님이 악기를 사주신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음악과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곽 교수는 "아코디언 덕분에 군 시절엔 문선대(문화선전대)에서 활동했고, 미국 유학시절에는 교회에서 반주활동을 했다"며 "지금은 학생들이 지치거나 힘들어할 때, 그리고 실버악단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빠른 탱고와 경쾌한 왈츠를 주로 연주하는 곽 교수는 아코디언의 매력을 '혼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한다.

오른손으로는 멜로디를, 왼손으로는 화음을, 중간 바람통으로는 음의 강약을 조절하는 아코디언은 어떨 때는 우수에 찬 느낌을 선사하고, 때로는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처럼 극과 극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악기는 드물다는 게 곽 교수의 설명이다. 그 매력에 빠져 전문 레슨을 6년이나 받았다. 

원주실버악단에서 활동하게 된 것도 아코디언을 통해 시민들과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원주실버악단(단장: 김병헌)에서 시민들을 위해 공연을 펼친다는 기사를 보고 전화를 걸어 가입한 뒤 악단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곽 교수는 "김병헌 단장에게 연주하고 싶다고 요청하니 흔쾌히 받아줬다"면서 "문막옥수수축제, 장애인시설 등에서 연주하면 어두운 표정의 관객들이 금새 밝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탓에 아들에게도 바이올린을 시켰는데 나중에 아들과 함께 합동 공연을 하는 게 꿈이다. 곽 교수는 "정년이 3년 남았는데 은퇴 후에는 전문적으로 음악공부를 해보고 싶다"며 "전문 연주자가 되어서 아들과 같이 무대에 서는 경험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