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아트(Outsider Art)'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생소한 단어다. 1972년 로저 카디널이 '아르 브뤼(Art Brut)'라는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으로, 아르 브뤼란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을 뜻한다.

미술가 장 뒤 뷔페(Jean Dubuffet)가 정신장애인의 그림을 예술적 창작물로 인정한 말로 1945년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즉, 아웃사이더 아트는 자폐 등으로 인해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펼쳐 내는 비주류의 미술을 이르는 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경하지만 이미 뉴욕과 프랑스 등에서는 아웃사이드 아트만을 소개하는 갤러리가 여럿이고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들만의 특별한 그림에 매료돼 거액을 후원하는 전문 소장자들이 줄을 잇는다.    
생활그림발전소 이정숙(56) 아웃사이더 아트 팀장은 아웃사이더 아트를 원주는 물론 국내에 처음 전파한 인물이다. 벌써 10년째 직접 장애인들을 지도하면서 그들이 자신의 꿈을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이 고향인 이 팀장이 원주에 정착한 것은 든든한 조력자인 남편 김진열 생활그림발전소 소장이 상지영서대에 임용된 1986년이다.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원주환경운동연합 소속 생명미술작가회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공공미술 작업에 참여했다.

2004년에는 문광부 메세나 강사로 보육시설 등에서 미술치료를 시작하면서 전문적인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한국미술치료학회를 통해 미술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그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아웃사이더 아트에 관심을 갖게된 것도 이 무렵이다. 2006년 상지대에서 장애인 대상 치료특성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장애아들의 잠재적 능력을 개발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미술을 통한 소통을 시도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미술이 장애개선과 장애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확신을 갖게됐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들의 그림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생명력과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무구하고 무모한 설득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 정신, 상상 등을 마치 오염되지 않은 아주 순수하고 깨끗한 백지 위에 처음 붓을 든 손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 같다"는 게 이 팀장의 설명이다. 
2008년 치료특성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8명의 자폐아들과 함께 원주문화원에서 '자신만만 아웃사이더 아트전'을 처음 개최한 후 그림을 통해 자활을 하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다.

그 때부터 생활그림발전소를 터전으로 본격적으로 아웃사이더 아트에 매달렸다.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한 학부모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강원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원주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지난해와 올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희망점프'를 타이틀로 서울 인사동에서 두 번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전시된 작품 중 절반 이상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그동안 처음 8명으로 시작된 원주의 아웃사이더 화가들은 24명까지 늘어났다. 이제는 부모들이 "내년에는 우리 아이를 꼭 좀 참여시켜달라"고 부탁해 올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매년 공모사업을 통해 프로젝트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연속성을 갖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팀장은 "아웃사이더 아트는 '소수자의 예술'인 만큼 공공의 성격이 크다"고 말한다.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일정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현재 진행중인 이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가 보완되고 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이유다.

앞으로 장애인예술학교 같은 시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업공간과 생활시설을 갖추고 상설 판매가 가능한 판매장이 있는 그런 곳이 그녀가 꿈꾸는 시설이다. 해외전시 기회를 얻어 원주 작가들의 작품을 평가받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정신장애의 경우 가정에 지워지는 부담이 굉장히 크다"고 밝힌 이 팀장은 "아웃사이더들의 독특한 예술적 가치가 일반인들에게도 공감될 수 있고 우리 사회에서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되면 언젠가 홀로 남아야 하는 자식의 미래를 고민하는 많은 엄마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