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 후원·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원유일(46) 팀장은 올해로 근속 19년차에 접어들었다.

2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에게는 곱절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뇌병변장애라는 어려움을 딛고 사회 현장에 섰으며, 이웃을 돕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뇌병변장애는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장애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팔, 다리 등의 기능저하로 일생생활의 불편이 크다. 앉고, 서고, 걷는 것 등 활동이 힘들고, 말을 구사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뇌병변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실제로도 사례가 극히 드물다.

원 팀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고, 100개가 넘는 이력서를 접수했지만 취업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천주교원주교구 김지석 야고보 주교에게 취업에 대한 열망과 힘든 심정을 담은 편지 한 통을 보냈다.

그의 진심이 전해져 원 팀장은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사무국에 취직하게 됐고, 그렇게 복지관 일을 시작했다. 원 팀장은 "많은 어른들과 동료들의 도움, 배려로 취업을 해 일을 배워 갈 수 있었다"며 "항상 맡고 있는 후원과 홍보 업무에 최선을 다해 보답하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를 극복한 힘은 좋은 부모님을 만난 덕분이다"라는 얘길 꺼냈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원 팀장의 부친은 교육공무원으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덕분에 원 팀장은 아버지가 재직하시던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게 됐고, 중·고등학교와 대학까지 일반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그것은 부친의 뜻이었지 사실 원 팀장 자신에게는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원 팀장은 학교 가는 게 너무나 싫었지만 부친이 모든 입학 원서를 접수했다. 원 팀장은 "울기도 많이 울었다. 언어적 어려움이 너무나 컸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장애를 어린나이에 또래들 앞에 보이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면서 "그렇지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통합교육을 받게 하신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원 팀장의 모친 역시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걷지 못했던 그는 어머니의 끝없는 훈련 지도로 5살에 처음 걷게 됐고, 지금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활동한다.

모친은 말하는 것이 힘든 점을 개선하기 위해 촛불을 켜놓고 입김을 불어 끄게 했으며, 'ㄹ'이 들어가는 단어를 꾸준히 연습시켰다. 원 팀장이 5~6살 때의 일이지만 그 기억들 만큼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원 팀장은 "어머니는 넘어지면 절대 일으켜 주지 않았고, 여러 훈련을 끊임없이 시키셨다"며 "어머니의 지혜가 참 대단하고, 어머니의 용기와 의지 덕분에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관에 근무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사회복지를 비롯한 다양한 공부를 하게 됐다. 사회단체 '풀꽃세상을위한모임' 회원으로 환경운동과 생명운동에 관심을 갖고 15년째 활동하고 있다.

또한 지인들을 모아 '선한걸음'이라는 골목길 순례 모임을 만들었다. 사회복지와 시민단체 활동의 의미를 결합시킨 취지로 원주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골목길을 찾아 걷는다.

원 팀장은 장애인의 교육과 취업에 대해 "지역 공동체가 장애인들을 책임져주지 않으면 그 친구들은 사람이 누려야할 최소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선생님들이 '너는 왜 특수학교에 가지 않고 일반학교에 왔니' 라는 질문이 가장 큰 상처로 남았다"며 "장애인의 사회적 자립을 위해서는 통합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모에게도 장애 아이를 갖게 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며 "사회가 장애아동 지원만 갖고 접근 할 게 아니라 장애 아동의 부모를 돕는 방향으로도 접근해 사회적 연결고리를 만들고, 통합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교육과 취업,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