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청소년은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와 시민으로서 미래를 열어갈 권리를 가진다. …중략… 가정, 학교, 사회 그리고 국가는 위의 정신에 따라 청소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청소년 스스로 행복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한다' 

이는 1990년 5월 12일 정부가 선언한 청소년 헌장의 일부분이다.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가정·학교·사회·국가의 책무와 역할을 규정했다. 하지만 청소년 헌장을 선포 후 25년이 지났어도 우리 사회가 이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학교 밖 아이들이나 학교 내에서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다.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는 이들을 미래사회의 주역으로 키울 수 없다. 

문막읍 '청소년마을 노픈누리'의 양순금(52) 지역아동센터장은 지역 아동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 아이가 법무부 교정시설 경험이 있건, 더 이상 관리가 불가능해 학교에서 내놓은 학생이건 간에, 우리 지역의 단 한 명의 청소년이라도 사회에 나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그들을 보살피고 지도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녀가 관심을 갖고 같이 생활했던 청소년들은 학교폭력, 본드 흡입 같은 작은 문제부터 살인미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처를 갖고 있다.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도 한 몫 했겠지만 이들 대부분은 조손가정이나 이혼가정 등에서 자라난 경우가 많다. 마땅히 받아야할 사랑을 받지 못해 청소년들이 범죄로 내몰린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양순금 센터장은 "부모에게 버려져 엄마를 찾으려 노력했던 한 아이의 친척이 '사회악'이라고 그 아이를 표현했을 때 충격을 받은적이 있다"며 "(아이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있었지만) 왜 사회악이라고 불려야만 했는지를 따져보면 그 주변의 보호자가 충분히 애정을 쏟지 못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노픈누리를 찾는 청소년들에게 지난날의 상처를 딛고 홀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은 물론 사회화 교육과정도 지원하고 있다.

문막읍에서 청소년 활동에 헌신하고 있지만 그녀는 원주 사람이 아니다. 강릉에서 태어나 학교와 직장 등을 서울에서 다녔다. 교회에서 제도권 밖 아이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청소년과 관련한 일을 찾게 됐는데 이것이 계기가 돼 문막읍까지 오게 됐다. 

취병리에 한 교정시설에서 교감으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밤낮없이 매달렸고 퇴직 후 직접 그룹홈을 운영하며 지역 청소년들을 지도했다. 2006년 당시 지은 '노픈누리'라는 이름은 '높은 비전을 가지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발하라'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스스로 비전을 세우고 사회에 나가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노픈누리는 단순히 국·영·수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문제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의 모든 학생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양순금 센터장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가 책보다 더 중요한 교과서이고 누굴 만나서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그들의 스승이 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사회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장으로 9년 동안 지역 청소년들을 길러낸 게 70여명 정도. 그녀는 "단 한 명의 청소년이라도 이전의 모습에서 변화된 모습을 발견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학교 밖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 지역사회가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