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와 원주군이 통합된 1995년 1월 1일 구 일산동 시청사에서 열린 원주시청 현판식.

통합 전 원주시 비약적 발전
원주군, 혐오·기피시설 집중

원주시와 원주군이 통합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원주군에 속해있던 읍면지역 주민들은 동지역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원주시와 원주군은 지난 1995년 1월 1일부로 통합돼 올해로 통합 20주년을 맞았다. 통합 전 지금의 동지역이 원주시, 읍면지역이 원주군이었다. 읍면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동지역의 경우 시·군 통합 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읍면지역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꼽는 게 농업 예산이다. 통합하지 않고 원주군이 독자적으로 생존했다면 예산 배분에 있어서 농업분야 활력화에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됐을 테지만 통합되면서 상대적으로 농업분야 예산배정이 축소됐다는 주장이다.

통합 전인 1994년 농업예산은 원주시 36억2천700만원, 원주군 249억7천600만원으로, 원주군은 농업 활력화에 행정을 집중했었다. SOC 인프라 구축 및 복지예산도 인구가 많은 동지역에 집중되면서 농촌지역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 당시 정부에서는 시군을 통합할 경우 도시에 비해 낙후된 농촌발전을 위해 5년간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통합 첫 해인 1995년 지원금 10억원과 기채 10억원 등 20억원을 통합균형사업비로 지원했을 뿐 이후 4년간 지원은 전혀 없었다. 정부가 약속을 어기면서 시군 통합은 사실상 물리적으로만 이뤄졌던 셈이다. 

뿐만아니라 예산상 큰 손해를 봤다. 원주시와 원주군이 각각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에 비해 원주시로 통합되면서 받는 예산규모가 훨씬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구 비례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지 않는다.

환경, SOC 인프라 등 여러 조건을 따져 지원하는데, 인구 수에서 큰 차이를 보여도 시지역과 군지역에 지원되는 정부예산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원주시와 원주군이 각각 교부금을 받았다면 예산 사정이 훨씬 나았을 것이란 얘기다. 

▲ 시·군 통합 기념식 모습. 왼쪽부터 당시 이상용 도지사, 김대종 시장, 원광호 국회의원.

 

20년 전 부론면 인구 4천명

동지역으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농촌지역은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원주시 통계연보에 따르면 1994년 12월 말 기준으로 원주군이었던 9개 읍면 인구는 5만995명이었다.

그런데 작년 말 읍면지역 인구는 5만9천600여명으로 시군 통합 이후 20년간 읍면 인구는 고작 8천600여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반해 동지역은 1994년 18만200여명에서 2014년 26만7천700여명으로 8만7천500여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9개 읍면 중 6곳은 2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감소한 지역은 소초, 호저, 지정, 부론, 귀래, 신림이었다. 특히 부론면은 20년 전 4천명에 육박했으나 1천500명 가량 감소하면서 현재 2천500여명이 거주하는 실정이다.

지난 20년간 읍면지역 인구가 소폭이나마 증가할 수 있었던 건 문막, 흥업, 판부 때문이었다. 문막은 공단 가동으로 인해 20년간 6천명 가량 늘었다.

대학 3개가 있는 흥업은 원주시가 주소지를 원주로 옮기는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건립 등으로 인구가 증가했다. 판부의 경우 서곡리 일부지역이 도시화 됐고, 아파트가 건립되면서 인구가 늘었다.  

도·농간 투자 불공평 인식 

시군 통합 이후 통합 효과에 관해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지난 2006년 상지대 박기관 교수가 시민 2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군 통합이 지역균형발전에 효과가 있었냐는 질문에 읍면 주민들은 약 60%가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효과가 있었다는 읍면 주민은 7.9%에 불과했다. 하지만 동지역 주민들은 긍정적 응답 38%, 부정적 응답 33%로 나타나 농촌지역 주민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도시와 농촌간 투자의 공평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동지역과 읍면지역 모두 불공평하다고 응답했다. 투자가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8.4%에 불과했고, 불공평하다는 부정적 답변이 33%를 차지했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시군 통합으로 도·농간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당초 목적에 부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대적 박탈감 제기 

읍면지역 주민들이 동지역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제기하는 건 지난 20년 간 동지역의 변화를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단계택지를 비롯해 단관택지, 무실택지, 봉화산택지 등 택지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택지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집중됐다. 택지를 중심으로 도로망 등 인프라도 확충됐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줄지어 입점하면서 원주는 도내 최대규모의 경제도시로 성장했다. 

그 사이에 읍면지역에는 원주시추모공원, 음식물쓰레기처리시설, 변전소, 열병합발전소 등 소위 혐오·기피시설들이 집중됐다. 물론 인구분포도가 낮고, 땅값이 저렴한 농촌으로 이같은 시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 읍면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양질의 시설은 동지역에 설치하고, 모두가 싫어하는 기피시설은 농촌으로 몰고 있다고 느끼기에 충분하다.  

문화·체육시설만 봐도 그렇다. 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해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고, 집중화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원주시는 원주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문화·체육시설을 집중 배치했다.

이로인해 효율성을 따지면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읍면지역 주민들은 접근성이 떨어져 간혹 이용할 뿐이다. 굳이 따지면 흥업면 백운체육관과 문막 농민문화체육센터가 건립된 사례가 있다.

문막 농민문화체육센터는 문막 주민들이 활용하고 있지만 백운체육관은 사실상 이용이 제한되면서 읍면 주민들은 농촌지역 체육시설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원주시는 농촌에 건강관리실을 설치해 도·농간 불균형을 해소한다고 밝히지만 농촌에 규모화된 체육시설은 설치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주시는 도·농 균형발전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화훼특화관광단지를 비롯해 부론일반산업단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부론면 흥원창 합수머리 복원사업, 간현관광지 인프라 확충 등 대규모 사업을 통해 농촌지역 인프라 확충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주민 수익 및 고용인력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현재 원도심 활성화와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에 시정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