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것이 예술이다."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인 '앤디 워홀'의 말이다. 돈과 예술은 거리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이다. 동시대에 명예와 부를 같이 거머쥔 예술가는 역사적으로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예술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개성을 중시하는 예술인들은 기존에 있는 예술형태를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시대를 앞선 생각과 가치를 담은 작품을 생산하게 된다. 그래서 예술인과 그 작품은 동시대에는 인기가 없다가 사후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팝의 황제', '팝의 디바'로 불린 앤디 워홀은 대중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 광고,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반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주도하여 생전에도 명예와 부를 동시에 이룬 성공한(?) 작가이다. 그런 그가 "돈 버는 것이 예술이다"라고 말한 것은 이상할 것도 없지만 그 말 속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생활전선에서 땀 흘려 본 사람들은 잘 아는 것과 같이 돈 버는 일은 쉽지 않다. 돈을 벌자면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해야 하는가? 매 순간순간을 절실함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는가? 이렇게 진정성이 담보되고 시간이 쌓여야 처자식을 먹여 살릴 돈이 벌려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겪는 인생의 고단함, 상실감, 그리고 또다시 일어서는 용기…. 이런 것들이 창작의 과정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 것들이다.

앤디 워홀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여 창작활동은 마치 돈 버는 것과 같이 가슴 절절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한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작품다운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한 것이다.

최근 원주역사박물관에서는 지역 원로화가의 초대전이 있었다. 전시회 타이틀은 "원주 풍경전"으로 이 화가가 평생에 걸쳐 작업한 유화, 수채화, 드로잉 등 미술작품 약 4천점을 기증한 것을 기념하는 성격의 전시회이다.

풍경화를 통하여 근현대 원주의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전시회로 원주역사박물관에서 작품들의 사료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차도 고마운 일이지만 원주에 시립미술관이 있어서 이 작품들의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조명한다면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 화가는 평생을 화가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그는 '미술을 위한 미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미술',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미술'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그에게 미술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더불어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수단이었다.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아픔을 달래며 인생의 바다에서 손을 내밀며, 유대관계를 공고히 하는 배려와 공감의 수단으로써 미술을 살아온 것이다.

일반적으로 '예술과 돈은 거리가 멀다' 라는 말처럼 여유롭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그는 개막식 인사말에서 그렇게 살아온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돈 버는 것에 대하여 관심이 있었다면 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아 왔을 수도 있었을 것인데 그는 그런 삶보다 화가로서의 삶을 견지해 왔다. 물론 그로인해 가족들이 겪는 고단함을 지켜보아야 하는 애잔함도 그의 몫이었을 것이다.

그는 진정성 가득한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즉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의 삶을 보며 후배들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진지하게 할 것이고 작업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이 화가의 삶에, 그리고 원숙한 경지에 오른 노년의 작업에 응원을 보내며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권대영 원주예총 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