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대형마트가 소비 트랜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쇼핑의 최적화된 입지조건을 가지고 깔끔하고 정돈된 대형마트는 도시인들에게 생활의 일부이자 도시형 생활을 나타내는 상징물처럼 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동선이 바뀌고 소도시에서는 골목상권이 위협받는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기업형 슈퍼 한 곳이 문을 열면 동네 점포 20여 곳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대형마트가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거나 그 편리함을 거부하자고 하기에는 우리의 생활 속에 너무 가까이 들어와 있다. 

지난 달 17일 원주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회의를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현재 둘째, 넷째 일요일에서 둘째, 넷째 수요일로 변경요청안이 원안 가결되었다. 2013년 10월 일요일 의무휴업이 시행된 이후 약 2년 만의 변경이다.

이는 단체 간 사전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대형마트 측에서는 그동안 일요일에 쇼핑을 원하는 시민들의 요청이 많았으며 전통시장 입장에서는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휴무를 하더라도 농협하나로 마트가 문을 열기 때문에 별다른 이익이 되지 않고 대형마트 측과의 합의에 따라 얻어지는 이득을 챙기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한사람의 소비자 입장에서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바뀌는 변화에 대해 한편으로는 긍정을, 또 한편으로는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 입장을 긍정하는 이유는 원주지역 3개 대형마트 안에 220여개의 지역 입점업체가 있고, 400여명의 직원들이 있다고 하니 이 역시 우리 지역 식구들이기 때문이며 우려되는 것은 전통시장의 미래와 소상공인들의 열악한 상황 때문이다.

정부 전자공시 자료에 따른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2014년 매출규모, 이익률을 보면 1위 이마트 10조8천억여원, 2위 홈플러스 7조500억여원, 3위 롯데마트 5조6천억여원이다.

그러나 이익률은 이마트 6.0%, 롯데마트 3.9% 홈플러스 2.0%이다.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엄청난 숫자의 매출규모에 비해 낮은 이익률, 이 불가사의한 숫자 속에는 서민들이 다가갈 수 없는 시장논리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얼굴이 들어있다. 

대중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민감한 영향을 주는 생활 기업들의 구조적 문제점은 정부규제에 들어가야 할 부분들이며 국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시장원리로만 본다면 소비자들의 발길이 대형마트로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 자연스러운 흐름이 공정하고 합리적인가는 별도로 보고 말이다. 

마이클 샌델은 '기울어진 축구 경기장'이라는 비유로 자유시장경제를 표현하였다. 무한경쟁사회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소상공인들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축구장에서 위쪽을 선점한 상대팀과 싸워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때에 이루어지는 합의는 불공정할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경쟁할 수 없는 구도인지도 모르겠다. 

지역의 일부로 들어와 있는 대형마트들과 기존의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이 규제보다는 자발적 상생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역 국회의원들은 상위법 개정에 힘쓰고 도·시의원들을 조례를 만드는데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시장가치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비시장가치를 밀어내기도 한다. 물론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째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관한 의견은 분분하다. 따라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살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삶과 시민생활을 구성하는 다양한 영역을 어떤 가치로 지배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들은 공동체의식, 시민의식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변경에 따른 지역 내 손익을 데이터화 할 수는 없지만 상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송미선 전 원주소비자시민모임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