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는 향수 젖은 악기다. 19세기 초 독일에서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에 대중적으로 보급된 건 일제시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식민지배 속에서 하모니카 연주는 삶의 애환이 서려있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하모니카는 희망을 연주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악기가 됐다. 워낙 작은 악기라 휴대가 간편해 대중에게 널리 보급됐다.

안타깝게도 요즘에는 하모니카 연주를 듣기 어렵다. 하모니카는 선호도가 높은 밴드 공연이나 클래식 공연 등에 가려졌고, 대중가요의 홍수 속에서 점차 보기 힘든 악기가 됐다. 그런데 원주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모니카 연주를 추억하는 시민들이 모여 '원주하모니카앙상블(회장: 허형모)'이라는 동호회를 꾸리면서 다채로운 연주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하모니카앙상블은 작년 12월 창단해 역사가 짧지만 지역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하모니카 동호회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지난해 명륜동에 위치한 한국음악교육협회 원주지부에서 하모니카 지도자과정을 이수한 시민 15명을 주축으로 동호회가 꾸려졌다.

이후 점차 늘어 현재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평균 연령은 50대이다.

회원인 남궁송 한국음악교육협회 원주지부장은 "원주하모니카앙상블 회원 대부분은 점차 사라져 가던 하모니카를 추억하는 사람들이기에 어린 아이처럼 들떠 있다"며 "회원들은 하모니카를 연주하면서 지난날을 회상하고, 하모니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하모니카앙상블은 창단 이후부터 다양한 연주활동을 펼쳐 하모니카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15일 치악예술관에서 원주시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여성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음악세상' 무대에 올랐고, 지난 8월 태장2동 흥양천 태장문화마당에서 개최된 '한여름밤의 꾼'에서도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줬다. 게다가 회원 중 상당수가 하모니카 지도자과정을 이수한 덕분에 일부 회원들은 지역 문화센터, 학교, 평생교육원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복지시설이나 요양원을 찾아가는 공연도 매달 지속적으로 했다. 상애원, 단계동 노인회관, 부승원, 예담요양원, 천사들의 집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재능기부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해당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이기에 추억이 담긴 하모니카 연주를 매우 좋아했다. 허형모 회장은 "어르신들께 잊혀져가는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었더니 감회가 새롭다는 반응이었다"며 "옛 추억에 젖어든 어르신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해 가슴 한켠이 찡했다"라고 말했다.

원주하모니카앙상블은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12월 중순에는 첫 정기연주회를 열기로 했다. 또한 최근 하모니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을 대상으로 하모니카 교육프로그램도 검토하고 있다.

허 회장은 "원주가 그동안 하모니카 불모지로 여겨졌는데 요즘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난다"며 "앞으로 다양한 연주활동을 펼치면서 시민들과 호흡하는 하모니카 동호회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