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창업기업들이 자금사정 때문에 중도에 사업을 접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기는 다른 제품과는 달리 엄격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 발굴부터 해외 수출을 위한 인증까지 보통 5~7년이 소요된다. 정부지원을 받아 시제품을 만들어도 해외인증까지는 3~4년이 추가 소요되기 때문에 회사운영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

한국산업단지공단 강원지역본부가 운영하는 원주기업성장지원센터에는 이러한 민원이 지난 한 달간에도 수차례씩 접수됐다. 

전태웅 원주기업성장지원센터장은 "정부는 아이디어만 갖고 있으면 사업화를 전폭 지원해주겠다고 하지만 창업기업들이 받는 R&D 지원비용으로는 2~3년을 버티기 힘들다"며 "제품을 상용화시키려면 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데 정부나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센터는 자금난을 겪는 벤처·창업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 소재 벤처투자자를 직접 연결시켜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어려워 창업기업에 자금을 흔쾌히 지원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했다. 

벤처·창업기업이 어렵게 정부 R&D자금을 지원받더라도 사업화까지 도달하지 못해 사장되는 경우가 원주 전체 의료기기 창업시장의 70%에 이를 것이라고 센터는 추산했다. 벤처창업기업이 강소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자금난으로 인해 거의 차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원주기업성장지원센터처럼 벤처·창업기업에 도움을 주는 정부 예산도 타 지역에 비해 강원도가 소외를 받고 있다.

이강후 국회의원은 "올해 (기업성장지원)센터가 설치된 강원지역은 기업들의 대기 및 신규수요가 많아 당초 계획보다 6개나 많은 11개 업체를 선정해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도 예산은 타지역 센터의 절반인 5억원에 불과하고 전문위원도 타지역 평균 11명의 반에도 못미치는 5명이 전부"라고 말했다. 

전태웅 센터장은 "정부가 창업기업에 R&D자금뿐만아니라 사업자금도 지원하고 사업이 안됐을 경우 회수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원주 지역은 기업성장이 아니라 생존이 중요시되는 만큼 특수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