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가 청바지와 함께 청춘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 젊은 청춘들이 둘러 앉은 곳이면 그 곳이 역전 광장이든, 잔디밭이든, 어딘가로 향하는 기차 안이든 늘 통기타가 함께했다.

누군가 통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사람들의 중심에는 언제나 통기타가 있었다. 그래서 통기타는 자연스럽게 사람들간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악기가 됐다. 1970년대와 80년대 치열하게 청춘을 보낸 그 누군가에게는 통기타 선율은 추억이다.

불혹과 지천명을 넘긴 나이에도 구석에 밀어 놓은 통기타만 꺼내들면 분주한 삶속에서 잊혀진 기억 저편의 추억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것이 어느새 중년이라 불리는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지역 내에서 통기타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통기타친구들(회장: 정인숙)은 그런 추억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이들이다. 2008년 결성 이후 정기적인 복지시설 위문공연과 각종 행사의 재능기부 공연을 통해 생활예술단체의 모범적인 활동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기타를 치는 친구의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통기타 반주에 맞춰 트윈폴리오와 김광석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웃집 오빠의 모습에 마음 설레던 그들이 이제는 젊은 시절 '로망'이었던 통기타의 매력과 추억을 주위에 전파하고 있다. 

통기타친구들의 탄생은 시민문화센터 통기타반 수강생들이 출발점이다. 코드 하나하나를 잡을 때마다 마음 졸이고, 제대로 된 소리에 기뻐하던 중년의 기타 초보들이 '우리 인연을 지속하자'는 제안에 의기투합했다.

마땅한 연습공간이 없어 회원 집이나 회원이 운영하는 학원, 심지어 비닐하우스에서 연습을 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마냥 행복했다.

2009년부터는 근린공원 등 길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원주시 제안으로 요양병원과 복지시설 위문공연을 시작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정인숙 회장은 "원주에 복지시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우리를 필요로하고 불러주는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어디든지 달려갔기에 매주 2회씩은 방문공연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우리 연주와 노래를 좋아해줄까?'란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누구는 왜 오지 않았느냐?"며 오히려 보이지 않은 회원을 챙길 만큼 환영을 받고 있다.

권태원 총무는 "공연 내내 구석에서 시큰둥하게 계시던 할아버지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자 2절까지 완창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우리의 재능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2013년부터는 '시월의 마지막 밤 가을음악회'를 통해 가족, 이웃과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박경리문학공원이 2006년부터 개최해 온 '시월의 마지막 밤' 행사가 2012년을 끝으로 중단되자 게스트로 참여하던 행사를 직접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통기타친구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시민문화센터 통기타반 후배 동아리들이 속속 생겨났다. 2012년 통기타 소리모음, 2013년 어울림과 통기타여행, 올해 초 통기타 작품하나 등 현재 5개에 달한다.

통기타 소리모음 창단을 계기로 2012년 결성한 통기타연합회(회장: 김경숙)는 지난 8월 행구수변공원에서 전국 10개 통기타동아리가 참가한 '강원뜰 통기타 축제'를 개최했다. 

여섯줄의 울림을 통해 주위에 추억을 전하고 있는 이들은 "연습공간이 없어 떠돌이 신세지만 기타를 치는 순간 만큼은 즐겁고 행복하다"며 "많은 분들이 애정을 갖고 계신 시월의 마지막 밤 가을음악회를 계속 이어가는 한편, 우리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통기타친구들: 정인숙(회장) 권태원(총무) 김경숙 윤용근 장옥순 최명선 허창해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