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3요소를 의식주라고 하지만 식의주가 옳다."는 이길주(47) 서곡생태마을 이사장.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 농산물 자급률은 22%로 하락했고, 여기서 쌀을 제외한 나머지 농산물 자급률은 3%에 불과하다"면서 "외식 문화가 늘어나면서 쌀 소비량이 줄었는데, 향후 먹거리 산업을 위협하게 된다"고 말했다. 

판부면 서곡리와의 인연은 참꽃어린이학교에 두 아들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그 인연으로 2010년에는 그를 비롯해 지역에 뜻있는 인사 4명이 모여 서곡생태마을을 준비했다.

이 이사장은 "소꿉마당과 참꽃어린이학교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 아이들을 위해 진행했던 노력을 마을에서 확장할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며 "서곡생태마을이 사단법인이 된 것은 3년 남짓이고, 시작은 마을기업이었다"고 소개했다. 

서곡생태마을 초반에 진행되던 단발성 행사 대신 마을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수익사업 모델과 공동체 사업이 필요했다.

당시 마을기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지역 공동체문화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 마을기업인 서곡생태마을이 시작됐다.

그는 "처음에는 자연누리숲학교를 통해 발생한 수익으로 서곡생태마을을 운영하려 했지만 잘 안됐다"며 "다시 찾아낸 수익 사업이 도자기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농산물 관련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즉각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어려워 교두보 역할로 도자기 사업을 진행했다.

이 외에도 2013년 주민 요구조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곡마을 원주민과 이주민, 교육공동체 간 관계 소통을 목적으로 공유문화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서곡생태마을은 지원 비율을 줄이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안양이 고향으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원주로 오게 된 것은 학생 운동의 여파였다. 안양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요주 인물로 체크하고 있을 만큼 그는 올곧은 신념으로 대항했지만,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사장은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기소중지 상태로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니 요주 인물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면서 "어디에도 취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친한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원주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하는 선배의 도움으로 원주에 정착하게 됐다. 이 이사장은 "원주에 내려온 뒤에도 원주경찰서에서도 공장에 찾아왔고, 선배가 책임을 지겠다고 해 무마시킨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원주에 정착한 뒤 그는 농민 운동보다 풍물놀이를 통한 문화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 잠깐 일하며 모은 돈을 갖고 문화 사업가로 활동할 생각을 가지고 원주로 왔었다. 하지만 연고가 없던 만큼 여가 활동에 목말라 하다 청년 단체인 민주청년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청년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호기심에 가입했다. 하지만 활동을 꾸준히 하다보니 임원도 맡게 되고 통일 운동 사업도 함께 추진했다. 민주청년회 활동으로 연이 닿아 가톨릭 농민회 활동도 하게 됐다.

그는 "원주에 정착한 뒤 가톨릭 농민회로 이직하게 된 이유도 문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면서 "농민회에서 일하며 문화 사업 뿐 아니라 농민 운동의 중요성을 배우고 인생의 목표를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가톨릭 농민회에서 14년간 일한 뒤 한살림으로 옮겼고, 현재는 한살림생산자연합회 지역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직도 주기적으로 풍물놀이 활동을 한다는 그는 지난 4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가족은 민주청년회 활동 당시 만난 부인 권남미(44) 씨와 두 아들이 있다.
 

이민성 기자  sung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