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값 이상의 가치를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단순히 판매자와 구매자와의 관계를 떠나서 한분 한분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게 제 영업 비결입니다" 기아자동차 서원대리점 백성준(50) 차장(영업사원)은 알아주는 마당발이다.

그의 핸드폰에 저장된 지인만 3천명이 넘고 지역방범대, 조기축구회 활동을 통해서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는 인원도 수십 명이나 된다. 

그의 주업은 자동차 영업. 1994년부터 시작해 25년이 훌쩍 넘었다. 매분기마다 도내 최우수 영업사원 5명에게는 '스타상'을 회사에서 주는데 지난 5년간 놓친 적이 없었다. 영업이 잘 됐을 때에는 이틀에 한 대씩 계약을 했다.

그에게 차를 잘 팔 수 있는 비결을 물어보면  항상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냥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습니다"라고 말이다. 

백 차장이 처음 영업에 입문했을 때는 대학교 졸업 후였다. 매형이 축산계통에 종사했는데 전공도 살리고 매형도 도와줄 겸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하는 그에게 축산영업은 매우 단조로웠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을 때, 아시아자동차 회사에서 직원을 모집했다. 떨어져도 좋으니 대기업에 원서라도 내보자 했는데 떡하니 합격해 그 자신도 매우 놀랐다고. 그렇게 자동차 영업에 첫발을 내딛었다.

백 차장은 "당시 아시아자동차는 대형차 위주로 생산을 해 고객층이 매우 한정적이었어요. 후에 짚차와 1톤트럭이 나와 나아지긴 했는데 힘든 건 마찬가지였지요"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영업사원에게 기본급을 따로 주었지만 기본급으로는 생활이 힘들었다. 차를 많이 팔아야 하는데 고객은 없고 그러다보니 정선, 영월, 평창 등 하루에도 도내 이곳저곳을 훑고 다녔다. 그렇게 다녔어도 고객 한 명 만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던중 지금의 국제아파트 사거리에 수족관이 하나 개업했는데,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분을 다지게 됐다. 차가 있으면 배달도 하고 홍보 효과도 볼 것 같다고 조언해, 첫 차 판매를 성공했다."차가 필요해서 저에게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가 만나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차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말씀 드립니다." 

백 차장은 차를 파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인연'이라고 말한다. 좋은 인연을 맺게 되면 또 다른 사람을 연결시켜주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해 준다는 것. 수족관 사장님이 원주를 떠나기 전까지 20년간 친분을 쌓아갔다고 했다. 

영업초반 고객이 적으니 사소한 서비스까지 최선을 다하게 됐고, 인연이 더 발전되면 집안의 대소사도 기꺼이 챙겨주는게 그의 판매 비결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모든 영업사원들이 그렇게 하지만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그런 인연들이 모여 지금까지 이르게 됐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잘나가는 영업사원의 이미지보다, 우리마을 지킴이나 친한 동네 선후배로 기억하는 경우가 더 많다.

2000년부터 무실동에서 자율방범대 활동을 시작했는데 방범활동을 하면서 밤에도 안심하고 주민들이 동네를 거니는 것을 볼 때, 동료들과 맥주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세상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방범대 초기 무실동 주공4단지 주변엔 공터가 많았는데 이를 순찰하며 일탈 청소년도 많이 돌려보내고, 형으로서 오빠로서 이런저런 인생이야기도 많이 들려줬다고 했다. 어렸을 때 제복을 입고 사회정의를 바로잡는 경찰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방범대 활동을 통해 꿈을 이뤘다고 한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서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백 차장은 "낮에는 영업을 밤에는 마을 순찰하는 것이 제게는 매우 행복한 일인데 집사람은 그게 못마땅했나봐요. 저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얼굴조차 못보니 말이죠. 그래서 쉬는 날에는 설거지도, 청소도 제가 다 하곤 합니다"고 말했다. 

지금은 고등학생인 아들과 영화를 보며 주말을 보내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백 차장. 아이가 커가면서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게 여기지만,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부자지간의 정을 쌓아가는 이 생활에 늘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