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39) 극단 치악무대 대표는 차세대 원주 연극계를 이끌어갈 선두 주자로 손꼽힌다. 연출력은 물론, 극단 운영에 있어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첫 인상은 연약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자신은 물론 주위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실행력과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대표가 연극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1학년 때인 1994년. 예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뜻을 굽힌 후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우연히 접한 단원모집 공고를 보고 치악무대에 입단, 2003년까지는 배우로, 그 후엔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럼 없이 "배우로서는 내세울 작품이 없다"고 털어놓는 그에게는 연기보다 연출이 어울리는 옷이었던 모양이다. 

2003년 20대 나이에 첫 연출을 맡은 '메밀꽃 필 무렵'을 시작으로 '막차 탄 동기동창'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를 거쳐 현재 공연중인 '죽기 살기'까지 20여편의 작품이 그의 손을 통해 무대에 올려졌다.

20대 연출가에 대한 세간의 호기심을 믿음으로 바꿔놓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9년 강원연극제에서 '연어는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로 최고 영예인 대상(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하며 11년만에 전국연극제 출전 티켓을 원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5년 후인 지난해에는 연극 '죽기 살기'로 '2014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작품상과 신인 연출상을 수상했다. 한국연극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지방극단 연출가가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것은 도내는 물론 전국에서도 처음있는 일이다.

권 대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뛰어난 연출력이 전부는 아니다. 극단 치악무대 대표를 맡아 전업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했고 활발한 교육사업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원주 연극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직장인과 주부 연극교실을 운영하고, 장기공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기부티켓을 도입하는 등 실험적인 시도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회에 걸쳐 대한민국 연극 중심 대학로를 겁없이 노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염두한 도전으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쌓은 내공이 탄탄한 무기가 될 것이란 믿음과 신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극단 치악무대에 대한 권 대표의 평가는 냉정하면서 현실적이다. 지방 연극계의 척박한 현실속에서도 자신을 포함, 전업으로 활동하는 단원을 4명까지 늘렸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고 말한다.

"지원금에 의존도가 큰 지금의 형태로는 자생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극단 대표를 맡게되면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그는 "각종 공모사업에 프로포즈를 할 때마다 가끔은 내가 경영자인지, 아티스트인지 고민이 될 때도 있지만 현실속에서는 경영과 예술을 분리할 수 없다"고 했다.

"연극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배우는 연기만, 연출가는 연출만 할 수 없는 것이 한국 연극계, 특히 지방극단의 피할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한 그는 "안정적인 운영체계가 생겨 비로소 연극을 준비하면 단단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했다.

어느새 선배라는 위치에 서서 10년 후 후배들과의 작업을 고민하게 된다는 그는 "최소한 꼰대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것도 내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