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에 소속돼 활동하면서 회의에 참석하고, 회의 내용을 이행하려면 시간을 잘 활용해야 가능하다"는 강일수(60) 원주시농촌지도자연합회장. 강 회장은 입버릇처럼 "바쁜 사람이 일을 더 많이 한다"고 말한다.

강 회장의 하루는 새벽3시에 시작된다. 3천㎡ 규모의 오이밭에서 1년 2모작 농사를 짓기 위해 새벽부터 그날 필요한 작업을 해 둬야 본격적인 일과시간부터 단체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강 회장의 손을 필요로 하는 곳은 오이 농사 외에도 수도작과 밭농사, 애완용으로 기르는 소 돌보기, 마당 정원 가꾸는 일 등 하루종일 농사일에만 매달려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집 앞까지 오이 하우스가 들어찬 것에 숨이 막혔다"는 강 회장은 하우스 면적을 줄이고 그 앞에 250㎡ 규모의 마당 정원을 꾸몄다.

강 회장은 "마당에 심은 포도나무와 호박, 복숭아가 200그루가 넘는다"며 "처음에는 마당 정원에 인공굴을 만들어 토끼도 기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인 김숙희(59) 씨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토끼를 포기하는 대신 계절마다 꽃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화초를 정원에 심었다.

농사일에도 시간이 부족한 강 회장은 원주시농촌지도자연합회를 비롯해 흥업면발전협의회장과 흥업면체육회장, 남원주농협 이사를 겸하고 있다. 흥업면발전협의회에 참석해서는 지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체육회에서 주최하는 면민체육대회와 겨울에 운영하는 썰매장도 강 회장을 빼놓고는 진행되지 않는다.

얼마 전 여성농업인 원주시연합회장 임기를 마치고 농사일과 집안일에 집중하기로 한 부인 김 씨도 봉사활동과 농사일 모두 정석을 고집해왔기 때문에 이 부부의 지역단체 활동은 늘 타의 귀감이 되곤 했다.

지난해 부인은 농사일과 더불어 독거노인 및 불우이웃 주거환경 개선봉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51회 농업인의날에 자랑스러운 농업인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의 강 회장을 만든 것은 다름아닌 오이다. 1981년 흥업면 사제리에서 땅을 임대하고, 호저면 만종리 오이농가에서 일을 배워 오이농사를 시작했다. 한때 8천㎡까지 오이농사를 확장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우스 4동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오이로 자식들을 키우고, 임대해 농사 짓던 땅도 샀다"는 강 회장은 "1980년대에는 사제리 일대에 오이농가가 많아서 품앗이를 하며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 남았다"고 아쉬움도 전했다.

오이농사 면적은 줄었지만, 강 회장은 토지 임대 수입과 수도작 및 밭농사, 정미소 등 농업인이 할 수 있는 각종 소득사업으로 연간 1억원을 버는 강소농이 됐다. 지난해 8월에는 부인 김 씨와 함께 농협중앙회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새농민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지만 건강관리에도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군대 취사병으로 복무하던 당시에도 취사장 뒤편에 역기를 만들어 운동을 즐겼다"는 강 회장은 "아직도 흥업 다목적복지센터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풍채로 어딜 가도 동안 소리를 듣는다는 강 회장은 앞으로 농사 규모를 줄이며 여유로운 시간을 늘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