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신협은 1973년 11월 설립돼 올해 42주년을 맞는다. 조합원이 2만3천명이 넘고 총자산은 2천300억원을 상회한다.

자산 규모로 보았을 때 도내에서는 비교 가능한 신협이 드물고 전국 930여개 신협 중에서도 상위 20위권 안에 든다. 1980년대에는 보통 시중은행보다 더 많은 자산을 기록할 정도로 기세가 높았다.

이러한 전국 규모의 신용협동조합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놀랍게도 상고 출신의 여성이다. 원주신협 홍석금(58) 전무는 17년째 원주신협의 전체 실무를 책임지는 자리를 맡고 있다. 매일 수십명의 직원으로부터 업무를 보고 받으며 원주신협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두터운 금융업계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지역의 작은 금융기관을 전국 규모로 성장시키고, 유수의 금융기관과 치열한 경쟁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그녀의 내공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홍 전무가 원주신협에 입행한 것은 1976년이다. 어려서부터 수준급 주산실력을 갖춰 셈에 밝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상지여고 상업계 교육을 받은 것이 원주신협에 공채 1기로 입행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제1금융권은 여직원을 안 뽑았고 몇 년 동안 일을 해야 정식행원 시험 볼 자격이 주어졌는데 그마저도 결혼을 하면 그만둔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는 홍 전무는 "제2금융권이지만 원주신협에서 공채를 한다는 소식에 학교에서도 추천하게 됐고 집안 형편도 생각해야 됐다"며 "3명을 뽑는데 70명이 지원했고 수석으로 입행했다"고 말했다.

처음 말단 행원으로 시작할 때는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눈물의 나날이었다. 창구 출납업무가 주 업무였지만 40㎏의 작은 체격으로 드센 고객을 상대하며 직금(수금)업무도 감당해야 했고, 아침 일찍 출근해 밤 10시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퇴근하는 것도 학창시절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지금의 그녀를 버티게 했던 것은 오기와 자존심이었다. 홍 전무는 "신협이 당시에도 당좌를 취급하면서 이자계산이 명확치 않았었는데 제일 어려운 업무를 정확히 해내곤 했다"며 "사실은 잘못했다는 지적을 안 받으려고 기를 썼던 부분인데 이러한 태도들이 윗분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똑소리 나는 업무 스타일로 업계 최초로 29살에 최연소 여성대리로 승진을 하는 진기록을 세웠고 대학공부를 병행하며 부장까지 고속승진의 코스를 밟는 행보를 보였다. 그녀의 승승장구를 보고 한 실무진은 "이렇게 가다간 여성책임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라고 임원에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당시 원주신협 이사장은 "여자가 어때서"라며 그 즉시 그녀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한다.

홍 전무는 "지금도 여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성공하려면 남직원보다 두 세배는 더 잘 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조직 내부에서 여성승진을 못 마땅해 하는 분위기에서 그 당시 이사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어떠한 업무라도 흡족한 결과를 만들어 냈던 모습 때문이라는 것.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지고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여성임원에 올라서도 대학원에 진학해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데 힘썼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원주신협이 업계 최초로 자동출납기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고 지금의 규모로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

홍 전무는 "입행 후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는데 시간이 주어진다면 해외에 나가 선진 금융시스템을 배워보고 싶다"며 "앞으로도 원주신협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가진 여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