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전시장은 과거 30여개 업소가 성업했으나 현재는 10여개 업소가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학성동은 과거 번성했던 지역이다. 원주역이 위치해 수많은 인파가 오가면서 주변 상권이 호황을 누렸고, 법원과 검찰이 위치해 법조타운을 형성했다.

그러나 무실동, 단계동, 단구동 등 다른 지역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사이 학성동은 쇠퇴기를 맞았다. 60여년 간 운영되어온 성매매 집결지 희매촌으로 인해 학성동은 퇴폐지역이라는 오명까지 안았다.

게다가 2012년, 2013년 학성동에 있던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과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이 연이어 무실동으로 이전하고 변호사·법무사 사무실 등도 동반 이전하면서 공동화가 가속화 됐다. 

공동화와 성매매로 얼룩지면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어 하루속히 도시재생이 시행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재개발 사업은 무산됐고, 빈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구 감소세 심화

지난 6월 말 기준 학성동 인구는 2천707세대에 5천914명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세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작년 6월 말 인구는 6천93명으로 1년 사이에 179명이 감소했다. 10년 전인 2005년 인구는 7천778명이었고, 1990년은 9천260여명이나 됐다. 

특히 젊은 층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을 초등학교 현황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중앙초교 학급 수는 학년별로 2개씩 전체 12개 학급이며, 전교생은 282명에 불과하다. 10년 전에는 학년별로 4~5개 학급이 운영됐고, 학생 수는 1천여명에 달했다. 또한 학성초교는 위치만 학성동(법정동 기준)에 있을 뿐 사실상 재학생의 90%가 태장1동에 거주하고 있어 학성동 인구와는 무관하다.  

앞으로도 인구 감소세는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학성동 전체 면적 가운데 절반 가량이 개발이 제한되는 정지뜰 지구로 묶여있고, 나머지 상가·주택가도 공동화가 불가피해 지속적으로 인구이탈 현상이 발생할 전망이다.

성매매집결지·유흥업소·숙박업소 밀집하며 환락가 인식

성매매집결지, 유흥업소, 숙박업소 등이 밀집한 학성동은 환락가로 인식돼 지역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유해한 환경 때문인지 이 일대 주민들을 제외하곤 여성이나 아동·청소년들의 유입을 찾아보기 힘들어 상권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유흥업소가 가장 큰 문제다. 여성 종업원들이 남성을 접대할 수 있는 유흥업소가 학성동에만 67곳이 있다. 학성동과 맞닿은 중앙동에도 20곳이 운영 중이다.

이는 원주에서 가장 많은 유흥업소가 운영되고 있는 단계동(123곳)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게다가 학성동 유흥업소 67곳 중 약 40여곳은 희매촌에서 파생된 것으로 점쳐지는 일명 '방석집'이 원일로와 평원로 일대 위치해 있는데 상당 업소가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학성동에 자리잡은 모텔, 여관, 여인숙 등 숙박업소는 48곳이나 된다. 단계동 숙박업소 수(35개) 보다도 많을뿐만 아니라 25개 읍면동 중 가장 많다. 이러한 숙박업소 중 상당수가 변종 성매매의 온상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희매촌은 학성동의 공동화를 부추기는 원흉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희매촌에는 20여개 업소에서 성매매 피해여성 30~40여명이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희매촌 업소나 성매매 피해여성 수가 감소되긴 했으나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다만 여성가족부가 올해 전국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고 관할 지자체, 유관기관과 연대해 TF팀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TF팀에는 원주시, 원주경찰서, 원주소방서, 원주교육지원청, 성매매피해상담소 춘천길잡이의 집이 포함돼 있으며, 다각적인 폐쇄·정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 매화촌에 빈집이 늘어나면서 노숙인들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최근 5년 사이에 3차례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매화촌 골목길.

역전시장·매화촌·광명마을 직격탄

희매촌 일대 역전시장, 매화촌, 광명마을은 공동화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역전시장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인들이 먹고 사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락했고, 문 닫는 업소가 줄을 이었다.

과거 업소 수는 30여개 정도였으나 현재는 식당, 슈퍼, 의류점, 방앗간 등 10개 업소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상인 A 씨는 "희매촌 때문에 타격을 입고 있던 사이 법원과 검찰이 이전했고, 원주축협까지 옮겨오면서 상인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며 "매출 신장을 기대하는 것은 희망일 뿐 어떤 날은 손님이 단 한명도 오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이 떠나고 개발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빈집도 갈 수록 늘어났다. 도시빈집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원주시 건축행정계가 빈집을 파악한 결과 올해 2월 기준으로 도시지역 빈집 121동 중 학성동에 32동, 중앙동에 16동이 확인됐다. 도시 빈집의 약 40%가 학성동 일대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역전시장과 희매촌 뒤편 달동네인 매화촌에 빈집 30여곳이 방치돼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10여가구에 불과하다. 매화촌에 빈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희매촌 성매매 업소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매화촌의 주출입 통로는 희매촌 성매매 업소들 사이 좁은 골목길로, 일반인들이 출입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물론 상시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집을 버리고 떠나는 주민이 잇따르면서 빈집이 방치되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빈집에 노숙자 등이 드나들어 화재나 인명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 정운암 학성동 6통장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매화촌 빈집에서 세 차례 불이 났다.

지난 겨울에도 빈집 한 채가 전소되는 등 이 일대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 통장은 "빈집과 문 닫은 업소가 즐비한 매화촌, 역전시장은 사람이 살만한 여건이 못될 정도로 황폐화됐다"며 "재개발이나 정비사업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광명마을재개발 재추진 움직임·세경산업 임대아파트 여전히 기대

법원·검찰청이 이전하던 당시 한동안 대책마련을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모두가 손을 놓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광명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재개발사업 추진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광명마을 재개발사업은 지난 2006년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던 중 절차상 문제가 있어 행정심판을 거쳐 무효화 됐다.

학성동 10통 지역으로 학일새마을금고 뒤편부터 단계동 방면으로 뻗어나가는 약 2만3천140㎡ 부지에 12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그안에 성매매 업소 일부도 포함돼 있으며,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 해당 지역의 업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승곤 학성동주민자치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광명마을 주민의 50% 가량이 재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것에 동의했다. 

전체 주민의 70%가 동의하면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어 현재 재개발을 찬성하는 주민들이 나머지 20%의 동의를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침체가 장기화 되다 보니 주민들이 과거보다는 좀 더 재개발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며 "반대하던 주민들이 동의한다면 올해 가을 쯤 준비위원회 구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내다봤다.

이어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업주들도 앞으로 단속을 대폭 강화한다는 정부 방침 때문인지 재개발을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검찰청이 무실동으로 이전하고 남은 부지는 여전히 방치돼 있다. 지난 2013년 8월 옛 검찰청사로 보호관찰소가 이전했지만 고작 18명이 근무하고 있어 건물 규모와 맞지 않는 활용이라고 주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법원부지는 행정처 소관으로 법원 이전 계획이 나왔을 때부터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에 추후 부지 활용계획을 수차례 문의했으나 "아직 상부에서 계획이 내려온 것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원주지원에서는 상부에서 부지 활용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보고하는 게 할 수 있는 역할의 전부라는 설명이다. 지역 공동화 현상을 장기화 시키고 대책마련을 가로막고 있으면서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 국가기관의 무책임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주민들은 법원·검찰청 부지가 광명마을 재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되면 면적이 확대되고 사업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만일 재개발이 추진되고 해당 부지를 포함하려면 지식경제부로 부지가 이관 되어야 원주시에서 매입할 수 있다.

또한 구 통일아파트 부지에 신축 예정이었던 세경산업 임대아파트 건축을 주민들은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세경산업에서 추진했으나 여러 문제로 착공이 지연되던 중 결정적으로 건축예정 부지 옆에 위치한 KT원주지사의 송신 문제에 부딪혔다.

KT원주지사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올 경우 송신에 장애를 받게 되므로 개선을 위한 비용 2억원을 원인자부담 원칙에 의해 세경산업이 부담할 것을 요구했고, 세경산업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추진을 중단했다는 게 원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호빈 시의원은 "올해 초 KT원주지사, 세경산업, 원주시, 학성동 주민 등 모두가 모여 논의하기로 했으나 KT원주지사가 연락도 없이 불참했다"면서 "공기업이라면 인근지역과 함께 상생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 없이 오히려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을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와서 거주해야 하므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은 정주여건 마련의 시작이다"며 "아파트가 생기면 주변이 밝아지고 주거 환경이 조성됨으로 인근의 윤락업소도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주변 상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동식·한미희 기자

박동식·한미희 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