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소방서 방호구조과 이정기(43·지방소방위) 구조주임은 성실한 근무자세와 뛰어난 업무수행 능력으로 동료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한 인물이다.

올 봄 '2015 자랑스러운 원주소방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20년 간 각종 재난, 화재, 사고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조하고, 안전한 지역사회 구현에 이바지했다.

호저면 대덕리에서 태어나 호저초, 호저중, 원주고를 졸업했으며, 지난 1996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원주소방서를 비롯해 태백, 횡성에서 근무하면서 구급, 화재진압, 119구조대 등 현장 투입 파트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 소방관이다.

무엇보다 이 주임은 소방공무원으로서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도전하고 이뤄내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가 취득한 자격증 및 면허가 이를 실감케 한다. 인명구조사, 응급구조사, 화재진화사, 스킨스쿠버, 라이프가드, 동력수상레저조종면허 등 현장 근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모두 가지고 있다. 굴삭기와 지게차 면허도 소지하고 있으며, 행정 업무에 대비해 워드와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도 취득했다.

원주소방서에 근무하는 203명 중 가장 많은 자격증을 가진 인물로 손꼽힌다. 이 주임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동료 및 후배들의 훈련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수난사고와 관련해 풍부한 실전경험과 탁월한 지도력을 가지고 있다. 원주소방서 동료들을 지도하는 것은 물론 태백에 위치한 강원도소방학교에서 신임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수난 분야 교관으로 활동했으며, 전국 단위 응시자가 몰리는 인명구조사 2급시험의 수중 파트 평가관으로 참여했다.

지난 20년 간 소방공무원로서 소임을 다해온 그는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구조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2008년 횡성소방서에 근무할 당시 구급차 안에서 산모의 출산을 도운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또 2년 전 명륜동의 한 주택 화재 당시 연기 때문에 질식사 위험에 빠진 4살 아이와 아이 엄마를 극적으로 구조하기도 했다. 심정지 상태였던 친구의 아버지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것도 기억에 남는다.

반면 어렵게 구조한 사람이 병원 치료 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구조하러 갔을 때 이미 생을 마감한 경우에는 더 빨리 구조하지 못해 생긴 결과인 것만 같아 가슴이 아려온다. 

가족과도 같은 동료가 순직했을 때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난 2011년 영월의 한 계곡에서 물에 빠진 3살 아이를 구조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소방관이 숨졌으며, 지난해 진도 팽목항 세월호 참사 현장을 지원하고 복귀하던 강원도소방안전본부 소방헬기가 광주시내에 추락해 소방관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교롭게도 순직한 소방관 대부분이 이 주임과 친분을 쌓아온 인물들이었다. 

이 주임은 "누군가를 위해 헌신한 동료 소방관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며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그들의 희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주임은 부인 권미정(43) 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었다. 특히 중학생 아들은 이 주임을 본받아 훗날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주임도 그런 아들이 기특해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