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풀라디오를 만드는 사람들.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첫번째가 이동규 회장.

원주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공동체미디어 '원더풀라디오(회장: 이동규)'가 개국 3주년을 맞았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즐거운 라디오' 강좌를 수료한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원더풀라디오는 2012년 6월 12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3년째 마을 구석구석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민의 입으로 알려주는 방송을 통해, 지역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성인 4명과 청소년 5명 등 수강생 9명이 격주 1회 방송으로 시작해, 지금은 30여명의 DJ가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5일간 오후7시(수요일은 오후6시)부터 9시까지 개성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창기에는 세이캐스트를 통해 인터넷으로만 송출됐지만 지금은 팟캐스트로 송출돼 스마트폰으로도 들을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기획·제작하는 방송의 주제는 일상적인 수다와 소소한 동네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음악과 영화 등 취미생활과 청년들의 꿈과 고민도 이들의 주된 방송 소재다. 공중파 방송처럼 거대 담론을 논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원주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더 친숙하고 정겹게 들리는지 모른다.

통장을 지낸 홍정표 씨의 '행복한 라디오'는 자신이 살고있는 명륜2동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동네이야기와 봉사이야기를 다루면서 간간히 '건강상식' 등 유용한 정보를 소개한다.

시인인 정치산 씨의 '소소한 밤'은 그녀의 표현 그대로 'DJ 마음대로'다. 좋은 글이나 시를 소개하기도 하고 유익한 지역의 행사나 소식을 알리기도 한다. 원더풀라디오를 이끌고 있는 이동규 회장의 '규랑 떠나는 세상속으로'는 추억을 먹고 산다. 초등학교 동창을 직접 마이크 앞으로 불러 내 탁주집에서 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놓고 나눔직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털어 놓는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담고 사는 내 인생의 영화이야기를 소개하는 서정욱 씨의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와 추억의 빌보드차트를 꾀고 있는 김경식 씨의 'wonderful pop's', 나이와 장소에 관계없이 배우고자 하는 독특한 모임이나 의미있는 행사들을 소개하는 강미희 씨의 '세상이 학교',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신동익 씨의 '느끼한 밤'도 사랑을 받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밖에도 대학생인 김누리·김민지 씨가 호흡을 맞추는 '동상이몽'과 장미진·원동은 씨의 '아임파인앤쥬'처럼 두 명의 DJ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지난 3년간 녹음실만 지킨 건 아니다. 지역사회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공개특강을 실시하고, 원주다큐페스티벌 개막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4시간 동안의 한지문화제 야외 생방송과 문화예술창작기금을 지원받아 운영한 '시를 노래하라' 공개방송, 행구수변공원에서 펼쳐진 '찾아가는 라디오'도 회원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초대회장이자 원년부터 방송을 하고있는 신동익 씨는 원더풀라디오가 3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원주영상미디어센터라는 든든한 버팀목과 소수지만 함께하는 청취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학업과 가사, 업무에 쫓기는 평범한 학생·주부·직장일뿐인 이들은 자신의 방송시간이면 어김없이 녹음실 마이크 앞을 지킨다. 보통 한 시간 방송을 위해 소재와 자료를 찾고 대본을 쓰고, 선곡을 하는데만 이틀을 꼬박 투자한다. 보수나 별다른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기꺼이 감수하는 일이다.

오히려 방송을 위해 손님을 청한 뒤에는 답례로 밥이나 술을 사거나 작은 선물을 준비해 전달하는 등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야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동규 회장은 그 이유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

"평소 모임에 나가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 내가 지금은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를 대상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면서 "대단한 경험이고, 방송을 하는 일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소시민들의 소소한 이야기,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원더풀라디오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방송"이라면서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원주의 소식과 정보들, 이웃들이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친근한 방송으로 시민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더풀라디오를 만드는 사람들: 강다민 강다희 강미희 고은산 김경식 김누리 김다원 김민경 김민지 김민하 김예지 김은수 김희주 박경심 박주환 박혜랑 서정욱 신동익 안희연 원동은 이동규(회장) 이미남 이선 이성심 장동현 장미진 전세연 전우재 정치산 조정숙 함현승 홍정표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