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은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원주시지회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아버지라고 불러본 경험도 없다. 오직 남은 것은 딱 한 장의 아버지 얼굴 사진뿐이다."

김승은(65)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원주시지회장이 아버지를 잃은 것은 무려 13만7천여명의 국군전사자가 희생된 1950년 한국전쟁 때다. 당시 원주경찰서에 근무했던 부친은 군 병력 부족으로 경찰병력이 투입되면서 참전했다.

그해 10월 인제 전투에 지원을 나갔고, 6일 만에 전사통지서가 가족에게 전달됐다. 당시 김 회장의 나이는 2살. 그렇게 아버지를 잃은 김 회장은 어머니와 봉산동에 마련됐던 시설 '모자원'에서 60여가구가 함께 생활했다.

김 회장이 8살 되던 해 어머니는 개가를 했고, 할머니를 부양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새벽3시30분에 일어나 신문을 배달하고, 마을 공동수도를 관리한 뒤 등교했다. 하교 후에는 쌀이나 연탄을 배달했고, 휴일에는 산에서 땔감을 구해 팔았다.

중·고교 시절에는 방학 때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모았다. 그렇게 가난을 극복하며 원주초교, 원주중, 원주고를 졸업했다.

졸업 후 장교시험을 치러 1970년 소위로 임관했다. 1985년 소령 예편과 동시에 방위산업체에 취업, 2009년 사장직까지 올라 만 60세에 정년퇴직했다. 인생의 역경을 딛고 살아온 김 회장의 일생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다.

그 후 대한민국경찰유가족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바쁜 인생살이에 쫓겨 잊고 살아온 아버지의 뿌리를 찾는 일을 시작했다.

서울 전쟁기념관과 원주 현충탑에 아버지의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 2013년 45년만에 원주로 귀향하면서 현재 유족회 원주지회에도 가입했다. 같은해 영예수당쟁취추진위원장을 맡아 그 당위성을 주장해 지난해 5월부터 원주시가 보훈영예수당을 지급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

김 회장은 "아버지를 잃은 유족, 남편을 잃은 미망인, 몸을 다친 상이군경 등 자매단체 회원 모두 나처럼 힘든 삶을 살아왔다"며 "그들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가능한 혜택을 넓혀주길 바라고, 국민들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내조해 준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