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을 흔히 위기청소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원주교육네트워크 물꼬 이창열(50) 대표는 학교에 있는 청소년들이 위기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아동·청소년 문제인 자살, 폭행 등은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난다"면서 "다만 학교 밖 청소년들을 사회가 인정하고 받아주지 못해 이들이 위기 청소년로 비춰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원주에 정착한 지 10년이 됐다. 그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실무자들과 함께 원주의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

원주로 오기 전 서울에서 장애인 권익을 위해 활동가로 일했다. 밀알선교단과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등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파견교사로 일하는 부인 박종옥 씨의 파견기간이 끝나 강원도로 돌아가게 됐고, 2005년 원주에 자리를 잡았다.

원주에서는 활동 방향이 바뀌었다. 세 자녀를 참꽃어린이학교에 보내며,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대안교육을 하며, 아동·청소년 복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의료생협에 들어가면서였다.

2008년 의료생협에서 밝음지역아동센터를 맡아 달라고 부탁해 센터장을 맡게 됐다. 그는 "중앙동에 밝음지역아동센터를 만든 건 지역 상인들의 자녀들을 돌보고자 한 것이지만 공동화가 가속화 되면서 센터 아이들이 감소해 지역 아동·청소년을 위한 것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태장동으로 이전하며, 아동·청소년 돌봄 소외지역인 원주 북부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는 "원주에서 두 번째로 아동·청소년 인구가 많은 곳이 태장동인데, 돌봄서비스가 전무했다"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넘어 위기 아동·청소년의 발굴이 필요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위기 아동·청소년 발굴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필드로 나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 2008년 6월 참꽃어린이학교와 밝음지역아동센터, 위스타트원주마을, 햇살지역아동센터가 힘을 합쳐 원주교육네트워크 물꼬를 발족했다.

물꼬는 2009년 삼성꿈장학재단 공동 교육사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꺼병이 길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청소년들에게 문화체험과 악기 교육 및 공연 등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실무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추진했다. 3년을 끝으로 물꼬는 해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외 아동·청소년 수는 늘어나고, 지역의 욕구는 더욱 커져 2012년 14개 기관과 함께 물꼬를 재출범 했고, 지금은 21개 단체가 뜻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어른들은 아동·청소년들을 돌봐야할 의무가 있지만 어른들은 이를 방치하고 있고, 원주는 그 정도가 심하다"면서 "정책을 살펴봐도 아동·청소년을 위한 지자체 사업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원주경찰서 발표자료에 따르면 원주는 춘천에 비해 가정폭력 사례가 3배나 많다"면서 "원주 아동·청소년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올해부터 물꼬는 '마을 개구리를 품다' 사업을 추진한다. 주된 사업은 개구리 밥집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밥차를 운영하는 사업이다. 그는 "식사를 제공하면서 위기 청소년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돌봄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구리밥집 사업을 추진하면서 장애에 부딪히고 있다. 그는 "어른들은 아동·청소년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관심이 부족하다"면서 "밥차 사업을 하면서 위기 청소년들이 모이는 것이 이미지 실추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위기 청소년들은 식사를 해결할 곳이 없고 잘 곳이 없어 범죄에 빠져들게 된다. 이를위해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욕심이 있다면 지역마다 권역별로 아동·청소년 돌봄 네트워크를 구성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이들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으면 한다"며 "그렇게 되면 물꼬는 각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네트워크 실무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작은마을 만들기를 통해 마을을 튼튼하게 해야 원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꿈꾸는 원주의 미래다. 
 

이민성 기자  sung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