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원주한살림)이 오는 24일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한살림은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명철학을 기반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생산자인 농부는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도시소비자는 농부의 마음이 담긴 생산물을 믿고 소비해 서로 연결돼 있다.

이 믿음의 연결고리를 토대로 생산자인 농부와 소비자인 도시민들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결성한 것이 원주한살림이다. 1985년 207세대의 조합원으로 시작해 2014년 말 9천180명이 참여하는 지역 대표 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원주한살림을 기반으로 탄생한 한살림소비자협동조합연합회는 55만여명의 조합원 세대를 보유한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됐다. 원주한살림의 30년 역사를 되짚어 본다.

▲ 이행은 이사장.

한살림 운동의 모태가 됐던 시대상황 

천주교 원주교구가 설정된 1965년, 교회와 사회혁신을 추진할 동료를 찾던 지학순 주교와 자치에 기반한 지역사회운동을 도모한 장일순 선생이 만났다.

이들은 원주교구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지역사회 운동가들이 이들과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원주그룹'을 형성했다. 원주그룹은 1970년대 부락개발운동과 협동조합운동 추진에 있어 인적·지적·이념적 기반의 원동력이 되었고 원주한살림이 설립되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해주었다. 

1972년 발생한 남한강 대홍수도 원주한살림이 태동하는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 당시 천주교를 주축으로 '재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공동구매사업을 추진하던 농촌신협에 운영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대책위원회 지원으로 소비조합이 설립·운영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이다. 

1970~1980년대 전반 농촌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소비조합운동은 생명운동에 기반한 유기농업운동과 결합하면서 도시생협운동의 길을 열어 줄 수 있었다.

당시 원주그룹은 붕괴하는 농촌 현실 속에서 농업의 중요성과 순환성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도시와 농촌 상생의 공동체운동을 주창함으로써 도시생협운동은 물론 농촌부락개발운동도 한 단계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소기의 성과들로 나타났다. 원주 유기농업에 기반한 도농농산물직거래운동이 농촌과 광산지역간 농산물 직거래 활동으로 나타났고, 1980년대 전반에는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 등의 단체가 도농농산물직거래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생명운동에 기반한 원주그룹의 소비조합운동은 원주소비조합과 서울 한살림농산의 창립을 통해 생명운동에 기반한 도시생협운동으로 탄생했다.

소비조합 활동과 원주한살림 창립

1985년 원주그룹은 생명운동에 기반한 도농농산물직거래운동을 위해 원주한살림의 전신인 원주소비조합을 창립했다.

물품은 조합원의 사전주문에 의해 공급되었으며, 취급품목은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농산물이 대다수였다. 이사회는 조합이 취급할 상품을 엄선·결정하는 과정을 거쳐 물품을 공동으로 주문하고 공급받는 형식을 취했다.

이는 조합원이 소비조합의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케 하는 통로로 작용했다. 유기농업운동을 토대로 농산물 위주의 무점포를 운영한 원주소비조합의 창립과 경험도 원주한살림의 창립과 운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원주한살림은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직거래운동이 도시소비자의 자발적인 생활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생명'이라는 시대정신과 '협동'이라는 전통·보편적인 가치의 만남을 통해 단순한 소비조합운동이 아닌 생명운동에 기반한 생활·문화 협동조합운동으로서 한살림 운동을 확대해 나간 것이다.

한살림 운동은 농업생산자와 도시소비자가 병존하는 독특한 형태의 생명운동을 뜻한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생산자는 유기농업에 기반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도시의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민주적인 운영방식과 여성조합원 

원주한살림은 총회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이사회가 월 1회 정기적인 이사회를 열고 이를 통해 조합의 의사결정과 집행을 한다.

조합원 자치활동으로는 9개의 마을모임과 20개의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4개의 위원회(가공품, 농산물, 춘천지역자치, 교육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2개(생명학교, 식생활교육) 위원회 또한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는 지역 별 주 1회 조합원 가정공급사업과 원주 4개, 춘천지역 1개의 매장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조합원은 중산층이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운 40대에서 50대 초반의 여성이 대부분이며 생협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원주한살림 조합원이다. 사무국과 5개 매장 근로자는 총 26명. 이 중 여성은 22명으로 84.6%에 이른다.

협동조합 기본 운영방식이 조합원에 의한 운영이기 때문에, 먹거리로 관계하는 생협의 특성상 여성의 비중이 높다. 사업운영에 있어서도 여성의 참여비중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행은 원주한살림 이사장은 "현대산업사회의 부작용으로 부각되는 서열화, 무한경쟁, 수직위계화에 따른 갈등은 남성적인 가치관을 토대로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나타난 문제들"이라며 "여성성이 지닌 평등의 가치와 협동성을 토대로 한살림의 생명운동 사상을 더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주한살림은 비영리기업이라는 생활협동조합의 성격상 기본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조합원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활동가의 복지를 위해 최대한 투자하려고 노력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사업규모가 작아 활동에 비해 충분한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최저임금 대비 12.6%를 추가 지급하고 주휴수당을 별도로 지급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여성조합원 활동가들은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지역사회 연대 및 기여 

원주한살림은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와 사회적경제 조직 간 협업(協業) 구축을 통해 ▷각 조직의 자립과 발전 ▷주민 참여의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복리 증진 및 일자리 창출 ▷지역주민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경제조직 설립·자립·자원연계 등의 지원을 목표로 연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잉여금의 5%는 협동기금으로 적립하고 있으며, 10% 정도는 지역사회에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봉사소모임을 통한 기부와 봉사활동, 장터를 통한 수익금 전달 등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사회 나눔사업으로는 지역아동센터 반찬봉사 활동 및 기부활동, 노숙자 급식센터 봉사활동, 나눔장터 개최 등을 하고 있으며 교육 사업은 협동조합 교육, 인문학 강좌 등 대중강좌를 열고 있다.

태장동 위스타트센터 등 지역 시민단체와 연대해 마을축제, 공동강좌 진행, 학교급식조례 제정, 골프장 반대 등 지역사회 현안에도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