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 랍비이자 시인인 사무엘 울만은 그의 시 '청춘'에서 "나이를 더해가는 것으로 사람이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든이라 할지라도 고개를 들고 희망의 물결을 잡는 한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며 미지의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와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이 있다면, 스무살 청년보다 때로는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고 했다. 

10년 전 공직에서 은퇴한 이순녀(66) 씨는 울만의 시 '청춘'처럼 하루하루를 이상향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 오전까지는 어린이 집을 찾아가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하고 있고 목요일이나 금요일에는 원주시 문화관광해설사로 소임을 다한다.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형사조정위원으로 사인(私人)간의 다툼을 중재하고 때로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상담위원으로 우리시대 약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그 나이 또래처럼 손자·손녀를 봐주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거나 작은 소일거리를 위안 삼아 노후를 즐기는 것도 좋으련만, 스스로를 신명나고 재미있게 가꾸며 인생을 채워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변한다. 

이 씨는 "자기 인생을 사는데 내가 아닌 부모를 위해서, 남편을 위해서, 자식을 위해 살아야 한다면 인생이 너무 힘들 것"이라며 "현직에 있을 때에는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어도 은퇴 후 지난날을 회상하며 현실에 안주하게 되면 마음의 노화가 빨리 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 삶의 주체는 나'라는 마음으로 인생을 마주하면 주위는 물론이고 내 스스로도 만족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씨가 일하는 곳에는 감동이 뒤따른다.

해설사로서 그 시대의 시대상황이나 역사적 의미, 원주가 갖는 역사적 중요성 등을 끄집어내 특색 있게 스토리텔링을 하고 원주를 찾은 손님들에게 인격적으로 깍듯한 예우를 해주는 것이 그녀의 특기. 이 씨는 "해설을 끝내고 그들이 돌아가는 뒷모습까지 배웅하는 것이 내 철학"이라며 "가끔씩 문자나 전화로 '여기오길 잘했다'라는 인사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너 살 어린아이들과 무릎과 무릎을 맞대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면 금세 아이들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을 발하는 것도 이야기 할머니로서 아이들을 향한 그녀의 정성 때문이 아닐까.

인생 백세시대를 맞아 아직 66세 밖에 안됐다는 이 씨는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자신이 하는 일에 전문성을 더해가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전했다. 은퇴 전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야간부에 다니며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했고 심리상담사, 문화관광해설사도 쉼 없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이 씨는 "인생선배로서 후배들은 물론 스스로도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이를 떠나 내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존경받음을 느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