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누구나 다 아는 속담이 있다. 문제는 소 도둑이 자주 든다는 것이다. 외양간 주인도 바뀐다. 그때그때 대응을 하니 외양간만 축난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다른 모든 이슈들을 묻어버릴 정도로 메르스라는 바이러스가 쓰나미처럼 우리들의 일상을 엉망으로 흐트려 놓았다.

소 도둑 정도가 아니라 유령처럼 음습하고, 보았다는 사람은 없으나 이러저러할 것이라는 추측만 난무하다가 피해자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날 즈음에야 보수를 하겠다고 공표하였다. 국민의 '알 권리'는 기본권이다. 정부는 발병 18일 만에 확진 판정 환자를 진료했던 병원들을 공개했다.

그사이 SNS에서는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싶은 정보들이 넘쳐났고 발표 한참 전인 6월 3일 엉뚱한 병원명단을 공개한 유언비어 유포자를 첫 검거하였다고 발표했다. 확실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정부 앞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사실여부가 정확하지 않은 것 들 뿐이었다. 유언비어 유포죄목이 공무집행방해라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공무를 방해했다는 건지도 의문이다. 불안은 유언비어를 낳고 유언비어는 괴담이 된다.  

SNS로 공유하는 유언비어나 소위 괴담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네티즌간 일종의 자기방어다. 이것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대한민국이 아직도 독재하의 병영국가인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방식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 막연하게나마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괴담이라도 의지하던 국민들이 이제는 정부발표만으로는 믿을 수 없고 신뢰가 안가니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앱과 인터넷카페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불안이 죄라면 불안을 만든 사회적 책임은 어디에서 물을는지…. 국민의 '감염병 발생상황 알 권리'에 대해 정부는 의무를 다했는지 의문스럽다. 사람도 잃고 신뢰도 잃고 있다. 메르스가 이번에만 온다는 보장이 없다. 다른 비슷한 병이 나올 수 있다. 2009년도에는 신종플루가 왔고 그 이전에는 사스가 왔다.

컨트롤타워의 주인이 바뀔 때 마다 메뉴얼이 바뀐다면 그것이 제대로 된 대책일리가 없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하다. 언제 좌초될지 모르는 배 위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대한민국은 복지국가이다. 보건복지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금이라도 보건예산을 늘리고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허술한 방역당국의 관료적 안일뿐만 아니라 몇몇 확진 환자나 격리대상자들의 무책임한 태도, 그 환자들의 신상을 SNS나 인터넷으로 공유하여 낙인 찍는 행위 등에서 우리사회의 시민의식을 돌아보게 한다. 

소수의 전문 인력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지시에 따르며 감염된 환자나 주변인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일들을 피했으면 한다. 제도적 장치와 별도로 개인들에게도 정서적 면역력이 필요하다. 감염병이 돌 때마다 이렇게 일상이 흔들린다면 건강한 삶이라고 볼 수 없다.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이고 지침에 충실하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하던 일 계속하고 평정심을 잃지 말자. 얼마 전 OECD의 '2015년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삶을 여유롭게 하는 각종 지표에서 하위권이라는 서글픈 뉴스를 보았다. '일과 삶의 균형'은 36개국 중 33위였으며 '건강'은 31위, '환경'은 30위, '삶의 만족도'는 29위로 나타났다. 메르스를 대하는 정부의 대처방안이나 정보에서 고립된 소외감, 중심을 못 잡는  시민의식 등 사회 전반을 둘러싼 이 모든 일들이 행복지수를 좌우한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만가지 이유들이 있다 하더라도 삶의 의지까지 무너뜨리게 할 수는 없다.

원주도 양성 판정 환자가발생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 있듯이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지나친 염려로 지역사회가 경직되진 않을까 우려된다. 다른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그렇지만 메르스는 면역력이 튼튼한 사람들에게는 독한 감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건강한 사람일 경우에 한해서이다. 각 가정마다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있다. 어르신들은 기저질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지역으로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역학조사가 요구될 때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평소대로 일상생활을 유지했으면 한다.

소를 잃었을 망정 외양간까지 잃을 수는 없다.

송미선 전 원주소비자 시민모임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