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부로 소문난 정암시(왼쪽) 씨와 시어머니 박도식(92) 여사.

정암시(72, 단구동) 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 박도식(92) 어르신을 모신지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다. 박 어르신은 다른 가족들은 모두 알아보지 못하지만 정 씨 만큼은 잊지 않는다.

정 씨는 과거 시아버지가 중풍을 앓아 6년간 대소변을 받으며 간병을 했다. 그땐 중풍이 너무나 힘든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뒤 80세가 된 시어머니에게 찾아온 치매는 중풍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사라진 시어머니를 찾느라 가족이 동원돼 온 시내를 찾아 다녀야 했다. 밤낮 없이 집을 나가 위험에 놓이게 되니 마음은 아팠지만 결국 방과 현관문에 안팎으로 자물쇠를 걸어야 했다.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증상에 놀라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치매 2기였다. 정 씨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에 처음에는 엄청나게 울었다"면서 "엄마(시어머니)와 함께 세상을 훌쩍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독한 마음을 먹었던 날도 있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전쟁 같더니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지금은 그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게 즐거운 일상이 됐다. 부모가 있다는 것,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사는 게 행복한 일이라고 정 씨는 말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시어머니 얼굴에 얼굴을 맞대고 비비는 일이 일과의 시작이다.

거동이 어려운 시어머니를 매일 아침 목욕시키고, 하루에도 5~6번씩 기저귀를 갈고 몸을 씻긴다. 집안에서는 몸을 부축해 조금씩 움직이도록 돕고, 세끼 밥을 떠 먹여드린다. 정 씨 역시 70세가 넘어 사지육신이 쑤시고, 오른팔이 심하게 아파 수술을 권유받기도 했지만 수술을 하면 6개월을 꼼짝없이 쉬어야 한다기에 마다했다. 

그래도 오랫동안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은 게 정 씨의 소망이다. 다른 가족들이 요양원에 모실 것을 권했고, 퇴직 후 타 지역에 봉사활동을 나가있는 남편도 얼마 전 처음으로 그런 얘길 꺼냈지만 거절했다.

정 씨는 "외로워하실 것을 생각하면 차마 요양원에 모실 생각은 못 하겠다"며 "치매가 간병하기 너무 힘든 병이지만 누구나 그런 삶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기에 시어머니를 더욱 살갑게 모셔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정 씨는 21살에 4남1녀 중 장남의 아내로 시집와 맏며느리로 살았다. 시동생과 시누이를 공부 가르쳐 출가시키고, 당시에는 무섭기만 했던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를 견뎌냈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면 불교 경전을 베껴 쓰는 사경(寫經)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시어머니의 몸 상태가 좋은 날에는 낮 시간에 명륜재가복지센터에 모셔가 어른들과 어울리시게 한다.

정 씨는 잠시나마 볼일을 보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명륜재가복지센터에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정 씨는 지난 5월 어버이날을 맞아 효부상에 선정돼 시장 표창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