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학교를 굳이 구분하자면,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로 구분한다. 일반학교에는 일반학생이 다니고, 특수학교에는 특수학생이 다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일반학교 내에도 특수학생을 위한 특수학급이 여러 곳 있기 때문이다. 특수학교는 물론 장애학생을 위한 학교인데 유형에 따라, 맹학교, 농학교, 발달장애 학교, 나아가 병원학교, 순회학교 등 다양하다.

필자는 근래 원주에서 특수학교 추가 설립을 두고 발생한 지역주민과 도교육청간 의견의 차이를 보면서, 일본의 무사시노 히가시 학교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시사점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유치원, 초·중·고까지 있는 무사시노 히가시 사립 학교는 처음부터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학교는 아니었다.

어느 해 입학한 학생이 발달장애 학생이었고 설립자는 편견없이 장애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여, 교육적 성과를 거두면서 많은 발달장애 부모가 이 학교를 찾게 되어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통합학교로 변모되었다.

그리고 무사시노 히가시 학교를 다니는 일반학생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이 학교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것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 첫째는 무사시노 히가시는 장애와 상관없이 학생을 받아들이고 나서 교육할 방법을 찾았다는 점이다. 즉, 선(先) 모집, 후(後) 교육방법 모색 체제인 셈이다. 음식으로 말하면, 손님을 맞은 뒤,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 받는 일반 식당체제였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입학에는 제한이 없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어, 학교장에게 학생에 대한 거부권은 없다. 학생의 수업권은 인정되는 셈이다. 그러나 입학한 특수학생을 위한 지원방법은 준비된 게 없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 학생이 원주시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자 할 경우, 해당 학교 관계자들은 서둘러 그 부모님을 만나 당신 학교에는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니 춘천에 있는 맹학교에 보내는 것이 어떨지 상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방법을 먼저 정하고, 교육방법에 맞는 학생을 받아들이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급식소처럼 제공할 음식을 미리 만들어 두고, 손님을 맞는 것과 같다. 손님에게 싫은 음식이면 먹지 말라는 것이 급식소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교육에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둘째는 지역사회의 인식이다. 무사시노히가시 학교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에는 지역사회 주민들이 자신의 자녀를 장애학생과 함께 공부하는 무사시노 히가시 학교에 보내고 있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필자가 견학 갔을 당시 이 학교 교장은 "지역유지 대부분은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고자 하고 추첨에서 탈락하면 매우 아쉬워한다"고 하였다. 필자는 우리 원주시도 이 정도의 시민의식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와같은 교육적 접근이 이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은 교육기관에서 종료되는 것 같지만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배운 것을 사회에서 구현하는 시작인 것이다. 장애인 통합교육과 시민의식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학교를 마친 후,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장애인끼리 살다가, 졸업한 후에는 사회에 함께 살아가라는 것은 참으로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 원주시에는 당연히 특수학교가 필요하다.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학교뿐 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아학교. 농아학교, 병원학교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이들 학교가 일반학교에 녹아들어 통합된 형태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복지시민 의식은 바로 여기부터일 것이다.

최기창 상지영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