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소장 직권으로 입주민들의 동의 없이 8년 동안 상수도에 지하수를 혼합해 모든 세대에 공급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질타를 받고 있다. 단구동 구곡현대1차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동대표 및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A 관리소장이 주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A 소장은 2006년부터 구곡현대1차아파트에서 근무했으며, 이듬해인 2007년부터 주민들 모르게 지하수를 혼합했다.

공동주택 지하에 매장된 지하수는 민방위급수시설로서 비상시에 끌어올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지하수를 상수도 관로에 연결시키는 편법을 사용해 주민들에게 공급했으며, 이는 매일 아침7시부터 10시 전후에 반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동주택은 모두 620세대로, 지난 8년간 약 2천여명이 지하수를 이용한 셈이다.

게다가 지하수 혼합으로 관리소가 챙긴 이득이 연간 1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하수가 혼합됐다면 입주민들에게 지하수 사용량 만큼을 뺀 수도요금을 부과했어야 했지만 관리소는 모든 세대에 정상적인 상수도 요금을 부과했다.

원주시상하수도사업소에는 지하수 공급량을 제외한 금액만 납부했다. 이러한 수법으로 매년 1천만원 가량의 수도요금을 더 챙긴 것이다. 그러나 사용처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실은 작년 10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밝혀졌다. 당시 동대표들은 일부 가구의 수도·전기 계량기가 고장나서 관리소에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자 A 소장은 "그동안 상수도에 지하수를 섞어서 공급해온 터라 이에 따른 잉여금이 발생했다"며 "잉여금으로 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는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자신들이 지하수를 사용했던 사실을 아무도 몰랐던 것. A 소장은 다시 주워담지 못할 말을 내뱉은 순간 당황했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황당함을 금치 못하며 추궁에 나섰다.

집요한 해명 요구에 A 소장은 결국 사실을 인정했고, 작년 12월 초 사퇴했다. 또한 공동주택 운영과 관련된 주요 안건들은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장의 공동 검증과 승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A 소장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져야 할 입주자대표회장 B 씨도 의혹이 불거져 뒤이어 사퇴했다.

신현옥 102동 대표는 "그동안 입주민들에게 지하수를 먹여온 소장의 비리가 밝혀지자 모두 충격에 빠졌다"며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하수 혼합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이후 여기저기서 지하수 공급으로 인한 이상징후가 발견됐다. 보일러 필터나 관에 청태가 끼어있고 연수기와 정수기 등에서도 문제가 나타났다.

원주시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상수도는 염소로 처리한 후 공급하기 때문에 청태가 생길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민길주 101동 대표는 "마땅히 깨끗하게 처리된 상수도가 아닌 수질이 의심되는 지하수가 장기간 공급됐기 때문에 주민들 건강이 염려된다"며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소장은 죄값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민들은 A 소장, 그리고 관리소의 비리의혹에 따라 검찰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해당 공동주택에 A 소장을 배치한 모 아파트 관리업체와의 계약 해지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원주시도 수도법 위반과 원주시에 대한 업무방해를 인정하고 지난달 29일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지하수는 민방위급수시설로 명확히 명시돼 있기 때문에 지하수를 혼합한 것은 문제가 크며, 시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해야할 의무를 가진 원주시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수사를 통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