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야생동물은 농민들이 한 해 피땀 흘려 농사지은 것들을 수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적절한 포획활동이 필요하다. 외래식물 퇴치 또한 마찬가지다. 또 일부 동물들은 비양심적인 이들로 인한 남획으로 멸종되다시피 해 집중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지역 내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원주지회는 이러한 활동의 중심에 서 있다. 정문연(59) 원주지회장은 야생생물관리협회 구성원들의 리더로서 그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유해야생동물 포획과 멸종위기 동물 보호·관리에 앞장서고 있다.

정 회장과 야생생물관리협회는 올해 엄청난 개체수의 야생동물을 포획해 농민들의 아픈 속을 달랬다. 협회엔 37명이 활동 중인데 연초부터 현재까지 고라니, 멧돼지 등 2천여마리를 포획했다. 이는 실로 엄청난 숫자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정 회장은 "농촌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농촌의 정서와 농민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유해야생동물 포획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며 "농민들의 설움을 귀담아 듣고 그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쁜 생업전선 속에서 야생동물 포획에 시간을 할애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 회원들은 자영업, 회사원 등으로 생업을 꾸려나가면서도 이 같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물 포획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지만, 야생동물 포획 활동은 그야말로 적자가 불가피한 봉사이기 때문에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고라니 한 마리를 잡으면 포상금 3만원을 쥐어볼 수 있지만, 주민 신고·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아가 야생동물을 뒤 쫒고 포획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정 회장은 "차량 유지비 등 활동하는데 드는 비용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부담이 크지만 우리가 아니라면 농민들은 좌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올무, 덫 등 보호가 필요한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불법 엽구를 가장 큰 골칫거리로 꼽았다. 지난해 수거한 불법엽구만 200여개로 올해도 이미 100여개를 수거했다. 삵, 오소리, 너구리 등 국내 생태계에서 최상위군에 속한 포유동물들이지만 밀렵꾼들이 설치해 놓은 불법엽구의 희생양이 돼 점차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과거 흔히 볼 수 있던 산토끼조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간혹 밀렵꾼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지만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연되어 놓칠 때는 허탈감이 크다고 한다. 이에 불법엽구 수거는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며, 육식 포유동물들이 발견되는 지역의 경우에는 고라니 등 먹잇감이 줄어들지 않도록 개체수를 유지시켜주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는 회원들을 독려해 외래식물 퇴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가시박, 돼지풀 등 외래식물들이 강줄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번식하면서 강변 농경지를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도 지정면 월송리와 문막읍 섬강변에서 대대적인 퇴치 활동에 나섰다.

정 회장은 "농민들이 가슴 아파하고 있는 현장, 야생동식물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겠다"며 "보이지 않는 곳,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회원들에게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문막읍 반계리 출신으로, 반계초, 문막중 등을 거쳐 서울로 상경해 건축업에 종사했다. 지난 2000년 고향으로 돌아와 반계리에서 무내기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 학문과 미술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던 그는 40대에 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여주대 도예과 학위를 수료했다.

특히 대학 졸업 후 10여년의 도예 경력을 바탕으로 개인전 2회를 포함해 꾸준한 작품활동을 펼쳐 눈길을 끈다. 가족은 부인 차경이(57) 여사와 2남.

박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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