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통만 앙상하게 남은 명륜아파트 2단지 조경수.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명륜아파트 2단지의 20년생 나무를 비롯해 250여 그루의 수목을 몸통만 남기고 베어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행정편의적 발상일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대응 추세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특히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보통 나무 가지치기는 초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이뤄지는데, 이 아파트의 수목은 무더위가 한창이던 5월에 잘라 나무가 제대로 성장할 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는 영구임대아파트로,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관리 및 유지보수는 LH가 맡고 있다.

그런데 LH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아파트 단지 내 안전위험요소를 제거한다며 은행나무와 벚나무 등 250여 그루의 수목을 몸통만 남기고 가지는 모두 잘라냈다. 이곳에 조성된 조경수는 그동안 아파트 입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했으며, 수령이 20년 넘는 것도 있어 입주민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며, 5층 이하의 저층 입주민들은 조경수로 인한 불편을 겪어 가지를 잘라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에 20년 넘게 거주한 K 씨는 "내가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장마철에 조경수로 인한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관리 실적을 위해 LH가 무리하게 조경수를 훼손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LH는 이 아파트를 대상으로 1억5천만원을 투입, '생태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LH가 사업비를 대고, (사)원주주거복지센터가 주관해 진행한 생태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102동 옆 휴식공간에 파고라를 설치했으며, 바닥이 흙이었던 체육시설을 탄성바닥으로 교체했다. 또한 아파트 도색을 하고, 입주민에게 필요한 리폼, 홈스튜어드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생태마을에 꼭 필요한 조경수를 자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다수의 입주민들 생각이다. 입주민 L 씨는 "조경수를 자르기 전 입주민들에게 통보하거나 양해를 구한 적이 없다"면서 "분양 아파트 입주민들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 영구임대 아파트에서는 발생한 셈"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