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미술계가 모처럼 희망을 갖게 됐다. 원주미술협회가 원주시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운영하는 '미술은행(Art Bank)' 때문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미술은행 도입은 원주시가 처음이다.

미술은행은 말 그대로 미술작품을 취급하는 은행으로 미술작품을 빌려주고 임대료 수익을 챙긴다. 공공기관이 미술품을 구입해 공공건물에 전시하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활성화된 제도로 국내는 2005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집행·관리하는 미술은행이 운영되고 있고 2005년 인천문화재단과 2006년 전남문화예술재단이 각각 '인천미술활성화기획지원' 사업과 '남도예술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미술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강원도의회가 강원미협을 통해 지난 2009년부터 매년 도내 작가 작품 10여점을 임대받아 전시하는 형태의 미술은행을 운영중이다. 작품을 보관하고 관리할 미술관이 없는 원주도 이와 유사한 방식의 미술은행 제도가 운영된다.

미술은행은 침체된 지역 미술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수단이다. 이렇다할 미술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 미술계에서는 작품판매가 이뤄지기 쉽지 않고 이는 곧 창작활동 위축으로 이어진다.

신관선 원주시 문화예술과장은 "공공기관이 미술품 구입에 앞장서 시민들의 미술감상 기회를 확대하고 미술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주시는 이를 위해 2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올해부터 지역 미술인들의 작품 20여점을 임대받아 지역 내 공공기관에 전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미술은행 운영주체는 원주미협(회장: 원흥연)이 맡는다. 원주 출신이거나 원주에 거주하는 역량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자치단체와 기업, 공공기관 등에 임대하고 임대료를 작가들에게 지불하기로 했다. 우선 지역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대사업을 추진하고, 점차 기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원주미협 회원이 대상인 자격도 추후 미협에 가입하지 않은 작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작품선정 위원회를 구성한 원주미협은 지난달 17일 20여점의 작품 선정을 마친 상태. 작품당 80만~120만원에 임대한 작품은 이달 중순 지역 내 공공기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원흥연 원주미협 회장은 "지역 미술문화 활성화와 시민의 미술문화 향수권을 신장 시킬뿐 아니라 원주미술의 경쟁력 강화와 질적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 작가와 시민이 작품을 통해 소통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