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토지'를 쓴 '한국 문단의 거목' 고 박경리 선생의 동상이 러시아에 세워진다. (재)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은 '한러대화 KRD포럼' 주관으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동상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문인 중 해외에 동상이 세워지는 것은 박경리 선생이 처음이다.

동상 건립을 추진하는 한러대화 KRD포럼은 한국과 러시아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한국과 러시아의 공동 관심 사안을 분야별로 논의하는 민관합동 운영 기관인 한러대화(Korea-Russia Dialogue)가 지난 2010년 한·러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정식으로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양국의 민·관·산·학의 주요 기관 및 인사들이 '정치·국제관계' '경제·통상' '문화·예술' '교육·과학' '언론·사회' '차세대' 분과로 나뉘어 협력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동상 건립은 지난해 11월 문화·예술 분과에서 문화교류 활성화와 문화인문외교 강화를 위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러시아작가동맹이 제작한 푸쉬킨의 동상을 제막하면서 러시아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대문호의 동상을 세우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를 놓고 다양한 논의와 추천 끝에 박경리 선생으로 최종 결정됐다. 지난 2012년 박경리문학상을 러시아작가 루드밀라울리츠카야가 수상하면서 러시아에서도 한국문학과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게 토지문화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작은 서울대 조소과 권대훈 교수가 맡기로 했다. 권 교수가 동상이 세워질 현장을 방문한 뒤 최종 디자인을 결정할 계획으로 책 모양의 좌대 위에 박경리 선생이 서 있는 형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립 위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 교정이 유력했지만 최근 러시아측의 조언을 받아들여 장소를 새롭게 물색 중이다. 많은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신도심에 건립하는 쪽으로 협의가 진행 중으로 빠르면 10월 늦어도 11월에는 제막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한국 작가의 동상이 국외에 건립되는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한국과 러시아의 우호증진은 물론, 많은 국내 작가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