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는 걷기운동의 메카로 불린다. 국제걷기연맹(IML W.A)과 환태평양걷기연맹(Pan-pacific M.L)이 공인하는 국내 유일의 한국국제걷기대회를 비롯해 77㎞를 걷는 굽이돌아 원주길 걷기, 6박7일간 200리를 걷는 원주사랑걷기대행진, 주말마다 펼쳐지는 웰빙걷기대회까지 1년 내내 걷기대회가 이어진다.

국내 걷기운동을 선도하는 (재)대한걷기연맹 사무국이 원주에 있고 치악주행, 무실걷기동호회 등 다양한 동호회가 활발하게 운영중이다.

원주에서 열리는 여러 대회 중 유일하게 기록과 순위를 가리는 대회가 있다.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100㎞ 걷기대회가 그것으로 단일 걷기코스로는 국내 최대거리인 100㎞ 풀코스를 24시간 내에 완보해야 한다.

매년 전국에서 걷기 마니아를 자처하는 300명 이상이 도전하지만 완보에 성공하는 이는 2/3가 조금 넘는다. 이 대회에서 2007년 원년부터 지난해 7회 대회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완보한 사람은 모두 8명. 이중에는 올해 77세인 김영길(단구동) 할아버지도 있다.

체격이 당당한 젊은 사람들도 완보하기 어렵다는 100㎞ 걷기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김 할아버지는 매년 흐트러짐 없는 발걸음으로 주위를 놀라게 한다. 첫 해는 완보까지 23시간이 걸렸지만 지난해에는 18시간에 주파할 만큼 기록도 매년 단축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걷는 것 만큼은 자신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꾸준한 운동이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김 할아버지는 "장거리 걷기는 체력이 아닌 지구력으로 하는 운동인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만큼 지구력은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말한다.

김 할아버지는 평소에도 다양한 운동을 즐기며 국제걷기대회와 웰빙걷기대회에도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 마라톤에도 일가견이 있어 치악마라톤대회에서 30㎞를 완주했으며 백두대간을 종주하기도 했다. 집에서 노인종합복지관까지 왕복 8㎞를 매일 걷는 것은 물론, 주말마다 치악산을 종주한다.

입산이 통제되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구룡사에서 출발해 상원사를 거쳐 치악휴게소 방향으로 내려와 단구동 집까지 걸어오는 것이 일상이 됐다. 20㎏ 무게의 역기 등 간단한 헬스기구까지 갖추고 집안에서도 근력을 단련하고 있다. 누구에게 전문적인 지도를 받은 적은 없지만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하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법을 스스로 터득했다는 게 김 할아버지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운동에 열을 올린 것은 아니다.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15년 전만해도 내인성 당뇨를 앓았다. 연일 계속된 야근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폭음이 문제였다. 건강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퇴임 후 종합운동장을 찾아 운동부터 시작했다. 이후 꾸준한 걸음으로 자기 관리를 해오고 있다.

퇴임 당시 74㎏이었던 몸무게는 현재 57~58㎏을 유지한다. 400을 넘나들던 당수치는 이젠 약을 먹지 않아도 130에 머물고 있다. 처음 치악산에 올랐을 때는 하산길에 다리가 마비된 일도 있고, 100㎞ 걷기에 도전했을 때는 도중에 주저앉고 싶을 때도 여러번이었지만 "이제는 나이는 더 들었어도 오히려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70이 넘은 고령에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김 할아버지는 '가족이나 주위에서 만류하지 않는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나이를 생각해 움츠러들 때, 더 이상의 도전 의욕이 생기지 않을 때, 그때는 정말 나이가 들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자연의 섭리가 그런 것처럼 체력은 더도 덜도 아닌 단련한 그만큼 좋아지고 운동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19일 다시 한 번 100㎞ 걷기대회 출발 선상에 섰다. 자신의 8번째 도전이다. '70 청춘' 김 할아버지의 끝없는 도전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