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읍면동 별로 진행되고 있는 체육행사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사 목적인 주민 화합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체육행사 개최를 지원하기 위해 읍면동 별로 약 500만원씩 모두 1억2천만원을 매년 집행하고 있다.

이 예산으로 읍면에서는 체육대회를 개최해 행사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농촌에서는 이웃간 터놓고 지내기 때문에 읍면 체육대회는 곧 마을잔치가 된다. 마을 단위로 식사를 하고 축구, 배구, 계주 등의 체육행사를 통해 주민들간 결속력을 단단하게 하고, 화합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동지역 체육행사에서는 주민들간 결속·화합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동지역은 대부분 걷기대회를 하기 때문이다. 가족단위로 1∼2시간 정도 정해진 코스를 걸은 뒤 경품추첨을 하고 끝나기 때문에 이웃간 정을 느낄 틈이 없다. 하지만 준비하는 사람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경품이 푸짐해야 많은 사람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동별로 평균 200점 가량의 경품을 준비하느라 행사를 주관하는 동주민센터 직원들과 체육회 등 자생단체 회원들은 애를 먹는다. 자전거는 기본이고 텔레비젼, 냉장고, 노트북 등 고가의 경품도 적지않다. 그렇다보니 걷기대회 참가자 중 상당수는 경품 때문에 참가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경품 때문에 다툼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

또한 고가의 경품이 있으면 참가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고가 경품을 협찬받으려고 기업체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문제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동주민센터가 나설 경우에는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업체에 손을 벌리게 되고, 이 때문에 유착관계가 형성될 소지도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제는 행사개최에 투입되는 에너지나 비용에 비해 기대효과는 크지 못하다는 점이다. 매년 동지역 걷기대회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있음에도 의례적인 행사로 고착화 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동지역에서 걷기대회를 고집하는 건 다른 행사에 비해 준비가 번거롭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주민센터는 읍·면에 비해 직원 수가 적고 절반 정도가 여성이어서 체육대회 개최가 쉽지않다.

그러나 체육대회, 걷기대회가 아니더라도 주민간 화합 할 수 있는 행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고민하지 않고, 행사도 간편한 걷기대회만 고집한다면 세금과 행정력을 투입해 1년에 한 번 주민들에게 경품을 나눠주는 행사로 굳어질 우려가 크다. 경품지급 방법도 바꿀 필요가 있다.

추첨을 통해 나눠주는 것보다 최다참가 가족상, 최고령상, 우리고장 바로알기 퀴즈대회 등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9, 10월에 집중돼 있는 행사시기도 개선돼야 한다. 연중 문화행사가 가장 활발한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원주국제걷기대회가 진행중인데 판부면과 반곡관설동에서는 주민화합 걷기대회를 개최한 것이 좋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