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기를 마무리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시기엔 자녀들이 방학동안 다양한 체험활동과 봉사활동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님들과 청소년의 프로그램 문의와 참여로 늘 분주했었다.

학기 중 보다는 상대적으로 시간여유가 있고 자유로운 방학을 활용해 청소년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는 특기교육이나 체험활동에 참여해 새로운 경험과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기회로 청소년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방학도 3주정도로 짧고, 방학 직전 발생한 안면도 해병대 캠프 사고 충격으로 여름방학 체험활동 참가를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원주시청소년수련관에도 충남의 해병대캠프 사고의 여파로 프로그램 참가문의는 조용한데, 방학기간의 야외체험활동 프로그램 계획 유무와 안전에 대한 것을 재차 확인하는 공공기관의 업무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부처에서는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는 모든 체험활동을 중단하라'는 단기처방을 내렸다.
　
5명의 고교생 목숨을 앗아간 태안 안면도 해병대 캠프는 제대로 된 계약서도 없이 재하청 방식으로 무리하게 운영되면서, 안전에 대한 무감각으로 안전장비도 부실한 채, 서툴고 무모하게 진행하다가 참사가 벌어졌다고 한다. 이 사설 해병대캠프는 충청남도 교육청이 교육정책 역점사업인 '바른품성 5운동'의 한 프로그램으로 매년 나라사랑과 안보교육을 내세워 '나라사랑 병영체험 캠프'를 학교현장에 독려했고, 그 과정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설업체들이 학교와의 계약으로 학년단위로 진행된 활동이었다고 한다.

모처럼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과 체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참여했다가 하늘나라로 간 다섯 명의 아이들 뿐 아니라 그 현장에서 친구들의 사고를 그대로 목격하고 친구와 이별한 아이들과 가족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큰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며 오랫동안 청소년활동 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나온 한 사람으로 청소년활동에 대한 사회적 욕구와 필요성은 확대되면서 안전하게 좋은 활동 여건을 만들지 못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부분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그리고 모든 청소년 체험활동 전반에 대해 사회적으로 경계하고 불신하는 분위기가 돼 청소년활동 전반이 위축될까봐 우려스럽기도 하다.

또 청소년학을 전공하고 국가고시를 통해 자격을 갖추고, 전문가로서의 자기계발을 하며 주말과 야간 그리고 휴가철인 방학에 헌신적으로 일하는 청소년들과 희망을 만들어간다는 소명의식으로 박봉에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청소년지도사들이 부실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본인으로 오해받는 것은 아닌지? 공공 청소년수련시설을 운영하며 지역의 청소년들과 고군분투하는 현장활동가들도 영리만을 생각하는 파렴치한 사람들로 비춰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럼 청소년 체험활동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위험한 활동이고, 문제가 있으니, 모든 활동을 문제시하고 외면하고 넘어갈 것인가? 안전과 전문성과 청소년들의 자발성을 극대화해 균형있는 성장을 지지하고 미래의 희망으로 자랄 수 있는 토대를 제대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내는 계기로 만들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체험활동이 빨간모자를 쓴 교관에 의해 극기훈련과 병영체험과 같은 캠프로만 받아들이면 안 될 것이다. 청소년 체험활동은 청소년전문가인 청소년지도사들에 의해 이뤄지는 자발성과 창의성 그리고 청소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청소년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에 실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다. 이번 방학동안 원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는 청소년들의 자발성과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즐겁고 의미있는 활동들을 준비 했다.
　
국제기구에 대한 이해와 글로벌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모의UN회의는 청소년들이 주체가 돼 스스로 기획해 진행했으며 연세대 원주캠퍼스 일대에서 2박 3일의 캠프형태로 모의유엔회의를 체험하는 활동에 100명이 참여한다. 또 8월에 4회간 진행되는 원주시청소년수련관의 국가 청소년활동 인증프로그램인 '두드림을 통한 소통두통약'은 '난타'를 활용한 가족봉사활동으로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와 가족간의 소통을 경험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청소년 체험활동을 청소년시설이나 단체, 사설기관에만 맡겨선 안 된다.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전문화되고 지지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자라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