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0년 방한 당시 봉산동 민긍호 의병장 묘소를 찾은 데니스 텐(출처: KBS 역사스페셜 '잊혀진 전쟁' 캡처).

'민긍호 의병장의 후손'으로 널리 알려진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텐(19·Denis Ten)이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데니스 텐은 지난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로 출전자 24명 중 가장 높은 174.92점을 획득했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과 합산한 합계에서 266.48점으로 캐나다의 패트릭 챈에 1.3점 차 뒤져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11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인 텐은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들어서도 그랑프리 대회 6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탔고, 세계선수권 깜짝 준우승을 차지하며 남자 피겨의 스타로 떠올랐다.

민긍호(~1908) 의병장은 원주봉기가 도화선이 돼 전국적인 항일투쟁으로 전개된 정미의병을 주도한 인물이다. 일제의 군대해산에 항거, 1907년 8월 5일 무기고를 점령하고 무장봉기를 일으켰으며 김덕제·윤기영 의병장 등과 함께 구국의 횃불을 높이 들었다. 이는 원주 정미의병사의 시발점이 됐다. 민 의병장은 무장봉기 이듬해인 1908년 2월 29일 치악산 강림 등자치에서 순국했으며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받았다.

데니스 텐은 민 의병장의 고손자가 된다. 그의 할머니 민 씨레나 콘스탄티노부 씨가 민 의병장의 친손녀다. 민 할머니의 아버지이자 민 의병장의 아들인 민영훈 선생이 일제 탄압을 피해 연해주로 갔다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에 정착하면서 카자흐스탄이 제2의 고향이 됐다.

텐 스스로도 자신이 의병장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ISU 홈페이지 선수 이력에도 텐은 '한국의 유명한 장군 민긍호의 후손'으로 표기돼 있다. 2010년 1월 전주에서 열린 4대륙대회에 참가했을 때는 대회를 마치고 원주를 찾아 봉산동에 있는 고조부 묘소에 들러 인사를 하기도 했다.

당시 텐과 그의 어머니를 윤 의병장의 묘소까지 안내한 윤병진 원주문화원 사무국장은 "어린 나이였지만 스스로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며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할아버지가 의병장이라는 것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고 힘주어 강조하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